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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럽다는 걸 이제야 알았어

03. 녹색 바다는 그렇게 차갑지만은 않았다.

by 녹바차

집에 놓인 노란색 장미


만지진 않고 늘 보기만 했던

말은 걸어도 다가가진 않던


어쩌다 닿은 꽃잎의 감촉을

나 잊지 못한다.


떨어져 가는 꽃잎을 보니

그간 내 무심함이

그저 야속하기만 하다.


내게 형제애란 없는 줄만 알았다. 형제들보단 친구들을 더 사랑했으니

남들에게는 신중하면서 정작 형제들은 가볍게 생각했다.

그들을 쉽게 시기했고 자주 질투했다.

그런 우리 형제들에게 찾아온 이별의 순간


영화에서만 보던 생이별을 졸지에 우리는 경험하게 되었다.

영화 속 그들만큼 눈물 나게 애틋하진 않았지만

내겐 더 선명히 기억되는 우리의 이별.


입소를 앞두고 낯빛은 핏기를 잃고 허옇게 식어갔다.

손은 냉기를 머금더니 별안간 몸이 떨리고 연신 이가 부딪혔다.

차가운 내 손 위로 다른이의 손들이 포개어진다.

위로의 말 대신 가만 내 손을 감싸는 형제들

익숙하지만서도 낯선 하지만 편안했다.

늘 곁에 있었지만 만지진 않고 보기만 했던

어쩌다 말은 걸어도 곁으로 다가가진 않던

입소를 앞두고 우연히 닿은 그 손들은

무척 따듯하고 부드러웠다.


그들의 온기 남은 손 끝을 가만 매만지다 보니

전화번호조차 외우지 못하는 내 무심함에 미안하다.



노란 장미 꽃말 – 질투, 시기, 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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