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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브 쓰루 햄버거 테이크 아웃 커피 그리고 입대자

04. 녹색 바다는 그렇게 차갑지만은 않았다.

by 녹바차

입소 당일 훈련소 입구는 흡사 출근 시간 분주한 테이크 아웃 전문점 같았다.

한창 코로나가 기승을 부릴 때 입대한 군인들에게 여유란 허락되지 않았다.

하차 지점에 차가 잠시 멈추면 입대자가 내리기 무섭게 차는 그곳을 빠져나가야만 했다.

그 모습은 마치 출근길 드라이브 스루 햄버거, 테이크 아웃 커피를 연상케 했다.

신속하게 손님에게 전달되는 패스트푸트처럼 입대자인 우리도 빠르게 훈련소에 전달됐다.


나를 훈련소 입구에 내려준 부모님 차도 예외는 없었다.

코로나는 입대자와 그 가족들에게 이별의 슬픔을 나눌 조금의 여유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작별 인사도 나누지 못한 채 급하게 내려 점점 멀어지는 자동차 꽁무니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평소 내게서 멀어지는 차를 본 적이 있던가?

그 모습을 바라보는 사람은 늘 내가 아니었던 것 같다.

차가 떠나기 전 내 시선이 항상 차에서 먼저 떠났으니까.

부모님 차가 시야에서 사라지고 나니 비로소 실감 난다.

저 차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코로나가 원망스러웠지만 한편으로 작게나마 안도한다.

짧은 이별 덕에 슬픔도 짧았고

쓸쓸한 뒷모습을 바라보는 남겨진 사람이 가족들이 아닌

내가 될 수 있었으니까.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걸음을 옮긴다.

곁에는 슬픔을 나눌 가족도, 친구도 없다.

입대자들에겐 슬픔을 나누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모두가 분주히 같은 곳으로 걸음을 옮긴다.

빠르게 배를 채워야 하는 햄버거처럼, 빠르게 잠을 깨워야 하는 커피처럼

입대자인 우리도 빠르게 제 역할을 다 해야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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