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녹색 바다는 그렇게 차갑지만은 않았다.
누구 하나 쉽사리 입을 열기 힘든 적막.
말은커녕 숨소리마저 조심히 내뱉어야 할 것만 같은 긴장감 가득한 분위기.
약속이라도 한 듯 모두가 조용히 침묵을 지킨 채 앉아 있다.
마치 차가운 바닷물에 긴장한 어린아이처럼.
소리라고는 눈동자 굴러가는 소리가 전부이던 공간에
어디선가 하나 둘 안절부절한 숨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많은 인파에 밀려 늦게 들어온 사람들이 앉을자리가 없어 곤란함을 겪는 소리였다.
그들이 난처한 표정으로 어쩔 줄 몰라 우두커니 서 주춤거리던 그때.
이 숨 막힌 적막을 깨트린 너를 보았다.
“모두 조금씩만 안쪽으로 들어갈까요?”
늦게 온 그들의 자리를 마련하고자 그들을 대신해 양해를 구하는 너.
분명 너도 이곳은 처음일 텐데.
가만히 있어도 느껴지는 무거운 위압감과 이제 겨우 시작이라는 막막함.
낯선 사람들, 낯선 분위기에 잔뜩 겁먹어 나 겨우 작게 숨만 몰아쉬고 있는데.
너는 참 겁도 없더라.
이 무거운 분위기 속 말을 뱉었으니.
너는 참 정도 많더라
이 긴박한 조급함 속 남을 챙겼으니.
근데 참 이상하더라.
시리고 차가운 이곳 너는 참 따뜻할 것 같으니.
그게 뭐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그 자리 모두는 알고 있었다. 그건 절대 쉽지 않은 일이었다는 걸.
그저 내 엉덩이 하나 붙일 곳을 겨우 찾아
저들이 내가 아니라 다행이라며 안도의 숨을 내뱉었을 때.
그는 늦게 들어온 사람들을 챙기려 들었다.
모르는 새 내 마음 차가운 이곳에서 따뜻한 네 곁을 찾더라.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용기 있는 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