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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녹바차 May 29. 2024

별로 아닌 최고.

42. 녹색 바다는 그렇게 차갑지만은 않았다.

힘들지만 애써 내색하지 않았다. 그럴수록 답답함은 더 커졌다.

정이 가질 않으니 이곳의 모든 것들이 싫증 나고 무기력했다.

어김없이 우울한 기분으로 임무에 투입했다.

파티션 너머로 들리는 말소리. 화상으로 간부 회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한 주 보고와 이번 주 계획 등 회의가 끝날 무렵 주체자 간부는 마무리지으며 질문 하나를 던졌다.


"여러분들이 생각하기에 우리나라 최고 음식이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대부분 참여자들은 김치 혹은 불고기라 대답했고

슬쩍 회의를 엿듣던 나 역시 조용히 마음속으로 김치 일 것이라 생각했다.

곧이어 간부는 질문의 의도를 설명했다.


"모두 음식 앞 "최고"라는 수식어에 거창한 무언가를 생각해 내려 애썼겠지만

정작 문제의 답은 우리가 쉽게 접하는 흔하디 흔한 음식이었을 것입니다."


이내 그녀는 잠시 숨을 고르며 말을 이어갔다.


"이처럼 대단하지 않은 것이 최고가 되었 듯

평범한 나와 내 주변 사람도 자각하지 못했을 뿐 이미 최고일지도 모릅니다.

자신감을 가지고 매일을 살아가길 바랍니다."

 

그녀의 말을 끝으로 간부들이 거수경례를 취하며 회의는 끝이났다.

회의는 끝났지만 머릿속은 조금 전 회의의 내용이 끝나지 않고 재생되었다.

줄곧 처져있던 내 귀는 바짝 섰고 빛을 잃은 내 눈은총기가 생겼다.

단어 하나에 없던 의욕이 마구 샘솟았다.


시작도 전 이곳이 별로라며 멋대로 단정 짓은 나는모든 일에 의욕이 생기지 않았다.

별로인 이곳에 머무르는 나 역시도 별로인 것만 같은 기분에 의욕을 없이 시들어가던 날 위로해 준 단어.


최고.


무엇이든 별로라고 단정 짓는 순간.

그 모든 것들은 별로였고 그 안의 나조차 별로가 되었다.

부정적인 시선으로 이곳을 마주하니 죄다 부정 적일 수밖에 없었다.

나는 이곳이 별로라는 생각을 버려야만 했다.


이곳은 최고이다.

내가 하는 일은 최고이며 나와 함께하는 사람들 역시 최고다.

별로를 최고라 새겼다.

그러자 마음의 응어리가 누그러들었고 심신이 진정되었다.

비로소 이곳 군생활을 시작할 준비가 되었다.


긍정을 가진다.

이곳은 더는 내게 별로가 아닌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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