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녹바차 May 28. 2024

사람이 그리워.

41. 녹색 바다는 그렇게 차갑지만은 않았다.

흔히 말하는 "집돌이" 그게 바로 나였다.

누굴 만나는 것이 귀찮아 되도록 집 밖을 벗어나지 않았고 혼자 노는 게 가장 즐거웠다.

쉬는 날 집에만 있지 말고 친구도 좀 만나라는 엄마 말에

혼자서도 충분하다며 다른 사람이 들어올 자리를 만들지 않았다.

그랬던 나는 지금 이곳 사람이 미치도록 그립다.

 

새로운 자대에 도착한 첫날 부득이하게도 생활관 자리가 부족해

같은 임무를 하는 직속 선 후임과 떨어져 오랜 시간을 혼자 생활하게 되었다. 처음은 오히려 좋았다.

불편한 선임들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고 평소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내게 이런 행운이라니.

하지만 지금까지 내가 겪었던 혼자는 진정한 혼자가 아니었나 보다.


이쪽 방 사람들은 나와 맡은 임무가 달라 취침과 일과 그 밖의 사소한 모든 부분에서

나와 차이가 발생했고 그로 인해 많은 불편함을 느꼈다.

무엇보다도 가장 힘들었던 건 무리에 섞이지 못한다는 소외감이었다.

나와 다른 임무를 하는 이들과는 마주치는 일이 일절 없었고 대부분 시간을 난 혼자 보냈다.

그간 혼자 만의 시간을 많이 보냈던 나였지만 밥 먹을 때는 누군가와 늘 함께 먹었고.

외출 전, 후 짧은 인사를 나눴다. 사회에서 나는 완벽한 혼자가 아니었다.

이곳 군대에서 철저히 고립된 진정한 혼자가 되어보니 비로소 알게 되었다.

그간 내가 추구했던 혼자는 지극히 이상적인 나만의 혼자였음을.

비로소 혼자라는 것이 얼마나 외로운 것인지 알게 되었다.

아무도 나를 찾지 않고 아무도 나와 어울리지 않았으며

업무가 없는 휴일이면 나는 마치 없는 사람처럼 투명인간이 되었다.

더는 혼자 먹는 밥이 싫어 밥을 거르는 일이 잦았지만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았다.

식사마저 거르니 말도 입 밖을 벗어나는 것은 고작 맹물이 다였다.

그렇게 나는 말하는 법을 잊어버렸다.

 

뱉어내지 못한 말이 목구멍에 머물다 그곳에 하나, 둘 쌓이기 시작한다.

더는 쌓일 자리가 없자 목구멍을 막아 버리는 걸로 부족해 가슴에 자리를 잡았다.

모두가 잠든 새벽. 가슴에 무언가 답답하게 얹힌듯한 느낌에 헛구역질이 난다.

토할 것 같다. 토해내고 싶다. 말을 아니 외로움을 토해내고 싶다.          

이전 16화 유성우(流星雨)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