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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녹바차 May 27. 2024

유성우(流星雨)

40. 녹색 바다는 그렇게 차갑지만은 않았다.

내가 살던 곳은 별이 살지 않았다.

밤이 되면 어둠을 밝히는 건 거리의 현란한 불빛이었다.

별 과자 속 별 사탕처럼 어쩌다 발견하는 것.

그것이 내가 살던 곳에서의 별이었다.

나는  군대에서 처음으로 별들을 마주했다.


대부분 군대는 야간 이동이 제한되는데. 내 임무는 특수하게도

야간에도 근무가 진행되기 때문에 새벽간 이동이 발생했다.


새벽 두 시.  첫 야간근무 투입을 위해 눈도 뜨지 못한 채 환복을 하고 건물을 나섰다.

찬 새벽 공기에 시린 코를 비적거리던 나는 눈앞에 펼쳐진 수천의 불빛에 그자리 얼어붙었다.

검은 하늘 알알이 박혀 눈이 부시다 못해 아프게 만드는 별빛에 눈이 번쩍 트였다.

지금껏 저렇게 선명히 빛나는 별을 마주한 적이 있던가? 내 평생 처음이었다.

별이 쏟아질 것 같다는 말. 줄곧 그말을 믿지 못했던 난 오늘부로 맹신하게되었다.

강원도 산꼭대기. 모두가 잠든 고요한 새벽 이곳 유일하게 깨어있는 존재는 나와 저 별들뿐이다.

그자리 멍하니 서 목이 빠져라 찬찬히 것들을 살피다 생각에 잠긴다.

어쩌면 내가 여지껏 별을 보지 못했던 이유는

밤하늘을 올려다 볼 잠깐의 여유도 없었다는 생각에 조금 울적해진다.

그게 어디 별뿐이겠는가. 보지 못하고 겪어보지도 못한 것은 더 많을테다.

비로소 나는 내게 여유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저 별들에게서 찾았다.

찬찬히 숨을 들이마쉬고, 길게 내 뱉는다.

그간 내게 없던 여유를 가져본다.

이곳 군대에서 나는 여유를 가지고 새로운 것들을 받아들일 준비를 한다.

미쳐 보지 못했던 것들을 눈으로 담기위해.

경험해 보지 못했던 것들을 겪어보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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