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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녹바차 May 23. 2024

외롭고 고독한 직업 군인.

39. 녹색 바다는 그렇게 차갑지만은 않았다.

말수가 없고 무뚝뚝하신 나의 아버지는 직업군인이셨다.

그런 아버지는 어린 시절 내게 있어 몹시도 무서운 존재였다.

이른 아침 매일 같이 아버지께서 챙겨 입으시던 각 잡힌 군복과 군화는

가뜩이나 어려운 분위기를 더 불편하게 만들었고 자연스레 난 그런 아버지가 늘 어려웠다.


어리숙하던 내가 군대에 오고 이곳 GOP에서 많은 직업군인(간부)들을 만나게 되었다.

최전방 기지 특성상 간부는 한번 기지를 타게 되면 한 달 내지 두세 달은 이곳에 주둔해야만 했다.

가정을 두고 어쩔 수 없이 떨어져 생활하는 간부들.

우연히 그들이 가족과 통화하는 모습을 볼 때면 가슴 한편이 괜히 시큰거렸다.

전화기 너머 부모를 필요로 하는 아이들의 결핍이 느껴졌고

그런 아이들을 뒤로한 채 사명을 다하는 그들의 고독함이 느껴졌다.

 

그 모습에 오랜 시간이 지나 무뎌진 어린 시절 내 모습이 아른거린다.

그들과 마찬가지로 타지에서 홀로 군 생활하시던 아버지.

그런 아버지를 두고 오히려 떨어져 지내 다행이라며 안도했던 어린 시절의 나.

그때 닫혀버린 마음이 자리를 잡아 우리는 지금까지 어색한 부자 사이가 되었다.

직업 군인의 고독함을 비로소 마주하니

그 시절 우리 부자 사이에 필요했던 건 어쩌면 서로를 향한 솔직한 표현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그들 너머 군복을 차려입은 나의 아버지가 보인다.

외롭고 힘들지만 가족을 위해 버텨냈을 우리 아버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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