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녹색 바다는 그렇게 차갑지만은 않았다.
훈련소를 벗어나 한참을 내달렸지만 수송차량은 도통 멈추지 않는다.
창밖은 같은 설산 만을 비추었지만 어째 지겨움보다 더 견딜 수 없는 건
내 속을 마구잡이로 뒤집어 놓는 매스꺼운 멀미였다.
난생처음 포장되지 않은 험한 산 길을 이동한 나는 멀미에 속수무책 당하고 말았다.
곳곳의 낙석 주의라는 표지판이 적절하게 길바닥에는 이무렇지 않게 커다란 바위가 나뒹굴었고
놀이기구를 연상케 하는 경사에 내 열 발가락은 진즉 겁먹어 좀처럼 펴지지 않았다.
흔들리는 몸과 머리를 앉은 좌석에 바짝 붙여 고정시키려 애쓰지만.
흔들리는 속은 좀처럼 다잡을 수 없었다.
낯빛은 혈색을 잃어 희다 못해 누런 잿빛이 되었고 지옥 같은 시간 내 머릿속에는 한 단어만이 맴돌았다.
"제발 도착!!!"
긴 시간 얼마나 견뎠을까? 도착했다는 간부의 말에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었다.
저 멀리 흐릿하게 보이는 건물 두 채. 것들은 마치 요새처럼 돌담에 둘러 쌓여 제 몸들을 숨기고 있다.
내 군생활의 시작 GOP에 마침내 도착하게 되었다.
차량에서 내리자마자 나를 반기는 것은 매섭게 내 볼을 때리는 칼바람.
어찌나 시리고 날카로운지 여린 볼이 터져 생채기가 날 것만 같다.
그 뒤로 높은 경사의 흰 설산을 거침없이 뛰어다니는 산양이 보였다.
삐뚤어진 방탄모를 정리하자 저 멀리 다른 무언가 시야에 들어왔다.
저 멀리 맞은편 산맥 너머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구조물과 깃발.
바로 "북한"이었다.
뉴스를 보며 가끔 접하긴 했지만 실감하지 못했다. 북한은 내게 먼 나라 이야기 같았다.
내가 살아가며 북한과 엮이게 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건만 그런 북한을 군대에서 난 마주하게 되었다.
현실감을 상실한 나는 마치 내가 게임 속 세상으로 들어온 것만 같은 착각이 들었다.
흥분인지 긴장인지 정체 모를 무언가에 마른침을 삼킨다.
가슴에 묵직한 돌덩이가 내려앉은 듯 숨이 턱 막혀 갑갑하다.
사무치는 긴장감 그렇게 나는
최북단 산악지대 북한을 감시하는 GOP의 감시병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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