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워도 너무 더웠던 올여름 한복판의 기억입니다. 냉방시설이 없는 사무실에서 피신해 시원한 카페를 찾았습니다. 블루베리 주스를 주문하고는, 아차차. 나의 에코템, 스텐 빨대를 가져오지 않았습니다. 종종 ‘빨대 사양합니다!’를 외치치 않으면 음료에 그냥 꽂혀 나오는 일회용 빨대와 맞닥뜨려 낙담한 적이 많아 스텐 재질의 빨대를 따로 챙겨 다녔는데, 그날따라 집 싱크대에 잘 모셔두었네요. 어쩔 수 없지. 걸쭉한 블루베리 주스를 퍼먹을 숟가락을 달라고 요청하는 수밖에, 하던 찰나. 제 앞에 등장한 건 보기만 해도 “응~ 맞아~ 나 친환경~”이라고 온몸으로 말하는 것만 같던 대나무 빨대였습니다! 플라스틱 빨대 보다 약 2.5배 정도 두꺼워서 입을 좀 크게 벌려야 하긴 했지만, 블루베리 주스는 아무 문제없이 제 입속으로 콸콸 시원하게 빨려 들어왔습니다.
쓰레기 대란 이후 정부가 발표한 여러 대책 중 우리가 가장 쉽게 느낄 수 있었던 변화는 카페에서 시작됐습니다. 매장 내 플라스틱 일회용 컵 사용 금지에 대한 과태료 부과 정책이 강화된 후, 지금은 눈에 띄게 머그컵 사용이 늘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는 여전합니다. 카페 이용자 대다수 컵에 꽂혀 있는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 말이지요. 습관도 습관이겠지만 다회용 컵의 위생 상태에 대한 염려 탓에 굳이 빨대가 필요 없는 음료를 마실 때조차도 일회용 빨대를 찾는 이들도 있답니다. 법이 강화되었는데 왜 일회용 빨대 사용은 금지하지 못할까요? 현재 플라스틱 빨대는 자원재활용법에서 규제하는 1회용품 목록에서 빠져 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개인의 실천이 가장 필요한 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캐나다 밴쿠버나 미국 뉴욕처럼 환경을 해치는 일회용 빨대를 직접 규제하기 전까지는 말이지요.
플라스틱 빨대는 부피가 작고 가벼워 비용 대비 경제적 가치가 떨어져 재활용이 거의 되지 않습니다. 재활용 폐기물 선별 시 가늘고 작은 빨대는 일일이 손으로 골라내기도 어렵습니다. 이렇게 재활용되지 않은 빨대는 소각되거나 매립되는데, 그나마 처리가 되면 다행입니다. 제대로 처리되지 않고 떠돌다 강을 통해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빨대가 문제이지요. 매년 전 세계에서 800만 톤의 플라스틱 빨대가 바다에 버려진다고 합니다.
환경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일회용 빨대를 아예 쓰지 않는 것입니다. 하지만 걸쭉한 블루베리 주스를 주문할 때마다 퍼먹을 숟가락을 달라고 하는 것도 조금은 민망합니다. 그럴 때 가방에서 쓱- 꺼내 사용할 수 있는 스테인리스 재질의 빨대와 대나무 재질의 빨대를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재질로 보나 ‘간지’로 보나 강력함을 자랑하는 스테인리스 빨대는 일자형과 ㄱ자로 굽어진 형태가 있고, 전용 세척 솔을 판매합니다. 간편하게 파우치에 넣어 다닐 수 있어 가장 휴대하기 편리합니다. 대나무 빨대는 세척 후에 잘 말려야 합니다. 깨질 염려가 있는 유리 빨대는 개인 휴대보다 집이나 매장에서 사용하면 좋은 제품입니다.
얼마 전 열탕 소독해서 사용할 수 있는 실리콘 빨대가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통해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어린아이가 있는 집에서, 또는 병원에서 빨대를 꼭 써야 하는 상황이라면 대체할 만한 좋은 제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또 쌀로 만든 ‘쌀’ 빨대도 개발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어서 아쉽습니다. 플라스틱 오염을 막기 위한 우리의 상상력은 점점 다양하고 멋진 아이디어들로 실현되고 있습니다. 더 많은 대안이 이야기되고 우리가 고를 선택지는 다양해져야 합니다.
플라스틱 빨대 대신 다회용 빨대 챙기기. 음료 주문할 때 빨대 사양하기. 신경 쓸게 하나 늘어 불편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쉽게 쓰고 버리는 일회용의 가치보다 훨씬 더 나은 선택이 될 것은 분명합니다. 지구는 일회용이 아니니까요.
*녹색희망 264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2018. 8.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