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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린시스 Aug 22. 2023

쿡스토브는 정말 사회공헌일까?

네, 그렇습니다

지난 2020년, '쿡스토브는 정말 사회공헌일까'라는 제목의 기사가 게재되었다. 당시 많은 기업들이 앞다투어 쿡스토브 사업에 투자해 탄소배출권 확보에 열을 올리던 시기라, 기사 제목만으로도 어그로(?)를 끌기 충분했다. 다만 내용이 일기장 수준이라 금세 잊히겠거니 싶어 내버려 두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도 쿡스토브를 검색하면 해당 기사가 여전히 화면 상단에 자리 잡고 있다. 황당한 일이지만, 불필요한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기사에 대한 나름의 반론을 작성해 보았다.


https://www.thescoop.co.kr/news/articleView.html?idxno=37808

본 기사가 제기하는 문제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기업들이 사회공헌활동, 즉 쿡스토브 사업 투자로 탄소배출권을 확보한 후, 이를 판매해 발생한 수익을 어디에 쓰는지 공개하지 않는다. 즉 사회공헌으로 거둔 이익은 그 내역을 낱낱이 공개할 필요가 있다.

2) 쿡스토브를 보급해 탄소배출권을 확보하는 행위는 사회공헌으로 보기 어렵다.


우선 1)의 경우, 기업들이 탄소배출권 판매수익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공개할 법적 의무는 당연히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면 왜 이런 주장을 펼쳤을까? 추정하건대, 글쓴이는 사회공헌과 기부를 동일시하고 있다. 대가 없이 자선이나 대의를 위해 돈을 내는 기부의 정의에 부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국ESG기준원에 따르면, "재정적 지원과 비재정적 지원 등 기업의 다양한 자산과 핵심 역량을 사회에 투자하여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지역사회의 역량을 강화하는 동시에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는 사회 참여 및 투자 활동"을 사회공헌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 정의를 탄소배출권 투자에 대입해 보면, "기업들이 재정을 투입해 쿡스토브를 보급, 개도국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투자 활동"으로 표현할 수 있다. 즉 쿡스토브는 사회공헌으로 볼 수 있다. 이로써 2)에 대한 반박도 가능해진다. 쿡스토브를 보급해 탄소배출권을 확보하든 간에 그 투자의 결과로 사회적 가치가 창출되었기 때문이다.


쓴이가 기사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가 무엇인지는 기사 본문 마지막 문단을 통해 유추할 수 있다. 글쓴이는 "탄소배출권을 사서 할당량을 맞추는 활동보다 감축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일이 더 높이 평가받아야 할 것"이라는 한 변호사의 견해를 인용했다. 기업들이 자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지 않고 저렴한 탄소배출권을 구매해 규제를 이행하면 적극적인 온실가스 감축이 나타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쿡스토브 투자의 탓이 아닌 우리나라 배출권거래제의 구조적인 문제이다. 배출권거래제 제도 자체가 규제기업들로 하여금 내부 감축활동을 합리적인 선택이 아니라고 인식하게 만들고 있다.


배출권거래제에는 한계저감비용(Marginal Abatement Cost)이라는 개념이 있다. 온실가스 1톤을 줄이기 위해 사업장 인프라 투자에 필요한 비용을 뜻한다. 이 비용이 탄소배출권 가격보다 높을 경우, 배출권거래제 참여기업들은 내부 투자보다 저렴한 탄소배출권을 구매해 규제를 이행할 유인을 얻는다. 반대로 한계저감비용이 탄소배출권 가격보다 낮을 경우 내부 투자에 더 많은 돈이 몰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2015년 최초 거래가 7,860원으로 시작해 2019년 12월 최고가 40,900원을 찍은 탄소배출권 가격은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이어왔다. 2023년 8월 21일 기준 국내 탄소배출권(KAU23)의 가격은 7,500원이다. 2015년보다 가격이 낮아진 상황에서 배출권거래제 참여기업들은 내부 투자에 많은 예산을 쓰기 어려울 것이다 (가격 하락의 배경에는 높은 무상할당 비율, 이월 제한, 경제 둔화 등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나중에 따로 다루도록 하겠다). 결국 근본적인 문제는 배출권거래제 그 자체이며 규제 운영에 책임을 갖는 정부가 움직이지 않는 이상 해결되기 어렵다. 


글쓴이가 차라리 '쿡스토브 사업에서 발생하는 실제 탄소 감축량이 과다 산정되고 있어 그린워싱 위험이 있다'라고 주장했다면 보다 건설적인 논의가 이루어졌을 것이다. 기사가 설정한 비판 대상에 다소 아쉬움이 있지만, 무관심보단 낫다! 라고 애써 긍정적으로 보려고 한다. 부족한 부분은 채우되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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