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린시스 Dec 22. 2020

프롤로그

탄소배출권, 재생에너지, 그리고 나의 이야기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은 꽤 오래전부터 했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을 보면 무언가 있어 보였고, 나도 그들처럼 되고 싶었다. 다만 뭘 써야 할지, 뭘 쓰고 싶은지 몰랐다. 막연한 소망만 품은 채 정작 진득하게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쓰려는 노력은 항상 뒷전이었다.


시간이 흘러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정확히 3년이 지나 첫 이직에 성공했다. 전 직장에 퇴사를 통보한 날 저녁식사를 함께 한 은사님께서 말씀하셨다. 너의 커리어 패스는 너만의 스토리 그 자체이니, 나중에 후배들에게 들려주었으면 좋겠다고.


그날 집에 돌아오면서 생각했다. 만약 내 이야기가 다른 누군가의 삶의 방향을 정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면 얼마나 보람 있을까. 그리고 그 누군가가 나와 비슷한 길을 걸으며 서로에게 영감을 주는 존재가 된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쓰고 싶은 이야기가 생겼다. 누구보다 내가 제일 잘 아는 나의 이야기다. 대학에서 정치외교학과 녹색에너지경영(자기설계전공)을 전공하고, 탄소배출권 업계를 거쳐 현재 태양광 사업개발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지난 3년간 탄소배출권이라는 흔치 않은 업종에서 해외출장만 18번 다녀올 정도로 국내외 온실가스 감축사업 현장을 누비며 귀중한 경험을 쌓았다.


미얀마 쿡스토브 보급 현장을 찾아 떠나는 여정
내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준 워싱턴 Clean Cooking 워크숍과 마드리드 제25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스티브 잡스는 2005년 스탠퍼드 졸업식 축사에서 "Connecting the dots"를 언급하며, 현재 경험하는 일련의 일들이 미래에 어떤 식으로든 연결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의 말에 적극 동의한다. 과거 당시에는 힘들거나 실패의 쓴 맛도 봤지만 그때의 경험들이 지금의 나를 형성해왔음을 실감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점들의 연결은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더 집중할 수 있는 기반을 주었다. 지금의 사소한 일 하나하나가 미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는 것이다. 이는 현재의 삶에 더 충실해질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준다.


앞으로 내가 어떻게 나만의 길을 정하고 설계했는지, 어떤 점들이 연결되었는지, 그리고 내가 몸 담고 있는 업계는 어떤 곳인지 대한 글을 쓰려고 한다. 학부 시절 내 진로에 큰 영향을 끼친 전공수업부터 소셜벤처 동아리, 탄소배출권, 국제 콘퍼런스 등 지금의 나를 형성하는 데에 영향을 끼친 일들을 정리하여 공유할 것이다. 탄소배출권이라는 분야가 워낙 좁고 대중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보니, 관련 진로를 고민 중인 학생 분들에게 특히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현재 걷는 길의 종착점이 어디인지는 모른다. 처음에 계획했던 경로에서 벗어날지도 모른다. 그 결과가 어떻든, 나는 기록하고 싶다. 전 세계 인구 77억 중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다고. 보탬이 될만한 기록은 얼마든지 가져가라고. 나를 위해 남기는 기록으로 출발했지만, 이 기록을 누군가 참고해 그만의 길을 설계하고 후기를 들려준다면 정말 기쁠 것 같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