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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린시스 Jan 02. 2021

삶의 방향을 바꾼 수업

그렇게 기후변화의 세계에 입문하다

내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하나를 고르라면 나는 단연코 대학교 3학년 학부 수업을 꼽을 것이다.


그 수업을 듣기 전까지, 나는 군대 가기 전 방치해둔 학점을 복구하려고 열심히 학교 다니는 평범한 복학생이었다. 다만 그 평범한 복학생은 오래전부터 갖고 있던 고민이 있었다.


'나중에 무슨 일을 하지?'


문과 중에서도 진로가 애매한 학과로 분류되는 정치외교학과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는 것만으로는 내 미래가 불투명했다. 그렇다고 전공을 최대한 살리자니 갈 수 있는 길은 정치인이나 공무원 정도인데, 도무지 흥미를 느낄만한 직업군은 아니었다.


질문에 대한 답을 계속 찾던 도중, 단지 강의 시간대가 적당하다는 이유로 선택한 환경정치론 수업을 들으며 나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이거다, 기후변화 분야에서 내가 갈 길을 찾을 수 있겠다!'


가뭄에 단비 내리듯 나의 갈증이 풀렸다


환경정치론은 다양한 환경 문제와 그에 대한 이해관계자들 간 해결 과정을 정치학 관점에서 다룬다. 당연히, 메가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기후변화 문제를 수업에서 집중적으로 다뤘다. 기후변화협약, 교토의정서 등 국제사회가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의사결정을 내리는 구조나 배경은 무엇인지 등을 공부했다.


수업을 들으며 내 마음이 기후변화 분야에 사로잡힌 데에는 크게 다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1. 기후변화 분야에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다

2. 생존에 직결되는 기후변화에 대처하고자 전 세계적으로 판이 커질 것이고, 그 속에서 많은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최근 탄소중립이나 그린뉴딜이라는 국가 비전과 실행전략이 추진되면서 기후변화나 탄소배출권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커졌다. 관련 수혜주가 부각되며 해당 기업들의 주가가 뛰는 현상이 이를 방증한다.


돈이 몰리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사실 예견된 미래였다. 2020년 만료되는 교토의정서를 이어가기 위해 2015년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는 선진국∙개도국 구분 없이 모두가 참여하는 '파리협정'을 채택함으로써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전 지구적 협력체계를 예고했다.


중간에 트럼프가 불쑥 나타나 미국은 파리협정에서 탈퇴하겠다고 선언하면서 파리협정의 실패를 일찌감치 점치는 목소리도 많았지만, 그와 상관없이 나머지 국가들끼리 똘똘 뭉쳐 계속 진전해 나갔다. 게다가 최근 바이든이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파리협정 탈퇴를 번복함으로써 파리협정은 보다 강한 추진력을 얻게 되었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이 세계 각국의 주요 정책 목표가 되었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에 재원을 쏟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 수단에는 태양광이나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 수송∙건물 부문의 에너지 효율부터 탄소세와 배출권거래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이 포함된다.


대학생이었던 내가 해당 분야의 모든 내용을 세세히 아는 건 아니었지만, 이 판이 커질 것이라는 확신을 얻기에는 충분했다. 이후 망설임 없이 판에 뛰어들었고, 돌이켜 보면 좋은 결정이었다. 바늘구멍보다 작아진 취업문을 뚫는 대신 비교적 쉽게 커리어를 시작해 내 가치를 올리고 폭넓은 인맥을 다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여담으로 수업에서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과 배출권거래제'를 주제로 조별과제를 진행했는데, 우연히 온실가스 감축사업 및 탄소배출권과 관련된 한 회사를 발견한 적이 있다. 그땐 '탄소배출권으로 돈을 버는 사람들도 있다니, 신기하네' 대강 이런 생각을 했다. 그로부터 1년 조금 지나 그 회사에 입사해 커리어를 시작할 거라고는 꿈에도 모른 채.


팀플 발표자료 표지. 그때만 해도 몰랐지...



누군가에겐 그저 하나의 평범한 전공수업에 불과할 수 있다. 아마 그 수업을 들은 수백 명의 학생들 중 관련 일을 하는 사람은 극소수일 것이다. 반면 소수의 누군가에겐 인생이 뒤바뀌는 기회로 다가올 수 있다. 어떠한 분야의 수업이든 그 기회가 줄 미래에 확신을 가진다면 일단 과감하게 부딪혀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점에서 환경정치론 수업을 열고 강의해주신 교수님께 늘 감사함을 느낀다.


환경정치론 수업에서 기후변화 분야에 대한 확신을 얻은 나도 그 분야를 더 깊게 파고 싶었다. 그렇게 '녹색에너지경영학'이라는 전무후무한 자기설계전공이 탄생한다.


(다음 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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