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지현 Jun 07. 2021

딱 한 단어로 말했던 공부법

- 선량한 관리

학부모 입시 설명회



교수님이 서울대 후배들을 모아놓고 취업특강을 하라 했다고 아들이 살짝 걱정투로 말했다.  행정고시 합격한 얘기를 한다고 했다. 스스로도 아직 학생 신분이니 더할 것이다.

누군가 공부 노하우들을 물어보면, 그냥 '열심히 성실하게 하면 된다'라고 그 한마디사실 되는데,  '어떻게'라고 다들 또 묻는다. 그 '열심히'와 '성실'의 뒤에 포함되는 것들이 있을 것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아들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대학 갔을 때도 고3 후배 모아놓고 다들 공부 특강 했잖아"라고 하니 기억도 못했다. 어리기도 했지만 막 대입을 끝내고 체계적인 생각을 해보기도 전인데 학교서 연례행사처럼 하는 것이니 금세 잊은 듯했다.

 

"그때 담임선생님께서 엄마한테 전화해서 애가 무슨 말을 그렇게 잘하냐고 하셨는데, 이번에도 잘할 수 있어"라고 했다.

글도 잘쓰니 요약해서 가면 되고, 말도 재밌게 잘하고, 얼굴 표정이 언제나 웃는 얼굴이라서 특강을 잘할 수 있을 것인데 걱정이 앞서는 모양이다.






해마다 고등학교에서 열리는 연례행사로 서울대 합격한 학생들은 고3인 후배들을 모아놓고 자신의 공부법과 수험 생활에 대해서 말하고 질문을 받는다.   

또 그해 자녀를 서울대 보낸 엄마들은 학교의 연락을 받으면, 대강당에서 학부모들을 모아놓고 자녀를 서울대 보낸 체험기들을 말하고 질문을 받는다.

강당을 가득 메우고도 자리가 없어서 서서 듣는 사람들은 다 자녀를 서울대 보내려고 오는 사람은 아니다. 꿈은 있지만 나도 당연히 아니었다.


당시 서울대 당연히 가겠지 하던 엄마들 그룹에 나는 끼워주지도 않았다. 그저 입시 생활에 도움이 될까 싶어서 가는 것이다. 들으면 공부한 얘기가 제일 적다. 난 그 엄마들은 무얼 먹였을까가 늘 관심이 많았다.


이 날만은 어떤 일이 있어도 메모지와 필기도구를 딱 들고 강당으로 갔었다. 그 외의 대형 입시 특강은 가면 괜히 불안감만 보탤 거라서 아이 셋을 키우도록 가본 적이 없다.

그러나 고등학교서 엄마들이 하는 특강은 꼭 갔다. 생생한 체험기라 많은 도움이 된다. 그렇게 3년 동안 강당에서 열심히 듣고, 그리고 3년이 끝나니 또 내가 그 자리에 섰었다.

 

그러나 실제로 나중에 보니까 정말 노하우는 엄마들이 거의 말해주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가르친 아이들이 서울대에 그렇게 많이 갔는 데도 진짜 노하우는 나도 전혀 몰랐다.

그 이유는 각자의 공부 경험치와 살아온 배경들이 다 다르기 때문에 결국은 각자의 방식이 다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니 자신만의 공부법은 각자 터득하는 수밖에 없었다. 


시중에는 엄청나게 많은 공부법 책이 있는데 왜 우리는 따라 할 수가 없는가. 아이들을 가르쳐보면 강남의 각 학교 1등짜리들이 함께 다 앉아 있어도 같은 공부법을 가진 아이들은 단 한 명도 보지 못했다. 전부 다 달랐다.


공부법이란 것은 결국 취합해서 자기만의 방법을 터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공부법을 읽고 듣는 것은 도움이 된다. 그마저도 하지 않으면 시행착오를 겪기 때문이다.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지 그대로 따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나도 아이 셋이 결국 다 달랐으니까.



 딱 한 단어로 요약해보라



아들은 셋째자 막내다. 아들의 대학 합격 소식을 알게 된 엄마들이 단체로 바로 연락들을 했다. 한턱내라는 것인 줄 알고 나갔더니 이제 끝으로 대학에 보냈으니 공부법에 관한 '내 말'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선생님이 가르친 애들은 너무 유명한 애들이어서 다 아니까 가르친 애들 얘기는 전부 빼고요, 선생님이 세 자녀한테 한 것만 말씀해주세요. 그리고 길게 말고요. 딱 입력이 되게 한 단어로 말해주세요"


한 엄마가 손을 들더니 그렇게 말해서 순간 엄청나게 당황했다. 그러자 모인 엄마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딱 한 단어.


그렇게 말한 엄마가 다시 보였다. 그렇게 똑 부러지는 엄마들이 세상에 다 있다. 잠시 시간을 달라고 했다. 순간 정적이 흐르고 내 머릿속은 순식간에 시간이 휙휙 넘어갔다.  

내 아이들을 가르친 것도 해당되지만, 그동안 고등학교와 대학을 목표한 곳으로 들어간 아이들과 그 곁에 서 있던 모든 엄마들을 한꺼번에 떠올렸다.

게다가 내 동생들이 국내외에서 하나같이 훌륭하게 조카들을 정말 잘 키웠다. 하버드에 간 조카도 있다.   

그러자 정말 딱 한 단어가 떠올랐다.


"관리"


순간 엄마들이 모두 눈을 둥그렇게 뜨더니 잠시 후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것은 관리에서 시작된다. 건강 관리, 마음 관리, 생활 관리, 학교 관리, 식단 관리, 시간 관리 등 온갖 것이 다 그 한 단어에 들어간다. 솔직히 공부에 관한 세밀한 관리는 할 수가 없다. 아이가 스스로 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관리는 엄마의 노고가 들어가는 말이다. 내가 아는 엄마들은 다 그렇게 자녀들을 관리하고 있었다. 알게 모르게.


매우 포괄적인 말이지만 어떤 일이 잘 관리되느냐 안되느냐에 따라서 길이 달라지고, 혹은 제 길을 찾아가기도 한다. 그 관리에는 엄마의 마음이 가장 크게 들어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공부는 아이가 알아서 하면 되지만, 그림자가 되어서 그 관리를 도맡는 것은 부모다.

그날 엄마들은 그 이후 관리의 세부적인 조항들에 대해서 질문했다. 그 세부사항은 각자의 조건이나 환경에 따라서 다른 것이다. 다만 참고를 하면 좋은 것들이다.






서울대를 보냈을 때는 여기저기서 연락들이 와서 비결을 말해보라고 해서 정신이 없었는데, 고시 합격에 대해서는 다들 축하한다는 말 외는 없었다.

그러고 보면 대학입시가 엄마들에게 중요했다. 나도 그랬다.

대학이 전부가 아니라고 다들 말하지만 그건 어떤 목표가 있는 사람에게는 관문이다. 어떤 일이든지 관문을 통과해야 그다음 문으로 나갈 수 있다.


이제 아들은 그 관문을 나서서 취업 특강을 하는 것이니 엄마의 역할은 이 정도서 끝내니 홀가분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깊은 그리움의 세계를 읽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