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두려움 대신, 설렘을 선택하다

by 글다뮤


두려움 대신, 설렘을 선택하다


내 나이 오십이 되던 해, 나는 거대한 설산의 품으로 걸어가기로 했다.

안나푸르나.


그 이름은 오래전부터 내 마음속에서 눈처럼 고요히 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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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겐 무모한 도전처럼 보였을지 모른다. “왜 하필 겨울에? 왜 그렇게 험한 길을?”


주변에서 이렇게 묻는 이들의 염려는 찬 바람처럼 스쳐 지나갔다. 이상하게도 그 바람은 내 안의 작은 불씨를 더 환하게 일렁이게 했다. 마치 산이 나를 향해 은밀히 부르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마흔의 끝자락을 지나 오십의 문턱에 선 나는, 문득 내 안에 남아 있는 공허와 허전함을 마주했다.

지금까지 분명 열심히 살았고, 열심히 달려온 인생이다. 그러나 그 길 위에는 늘 누군가를 위한 발자국만 남아 있었지, 정작 나를 위한 길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내 안에서 오래된 질문이 깨어났다.


“나는 누구인가?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야 진짜 나답게 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오십은 단순히 나이 듦이 아니라, 나를 새롭게 정의하고 다시 태어나는 시기일 수 있다는 믿음이 싹트기 시작했다. 그 믿음을 확인해 보고 싶을 때, 내 마음을 강하게 사로잡은 이름이 바로 안나푸르나였다.


그곳은 눈부시게 웅장한 설산일 뿐 아니라, 내 안에 남아 있는 에너지와 한계를 시험할 수 있는 무대처럼 다가왔다. 함께 걸어가자고 마음을 모은 길동무와 나는 두려움보다 설렘을 안고 마침내 그 길을 향해 나서기로 했다.


“나는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그 물음에 답을 얻기 위해 시작된 여정이 바로 안나푸르나 서킷 트레킹이다.

안나푸르나는 단순한 산이 아니었다.

그곳은 눈부신 흰 빛으로 내 안의 그림자를 비추고 매서운 칼바람으로 오랫동안 켜켜이 쌓여있던 두려움을 털어내는 무대와 같은 곳이었다. 발아래 펼쳐진 길은 흡사 나의 삶과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끝없이 오르막과 내리막이 이어지고, 때로는 발자국조차 지워진 눈길 위에 홀로 서야 했다.


그러나 그 순간마다 내 귀에는 보이지 않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두려움 대신, 설렘을 선택하라. 너는 아직 충분히 갈 수 있다.”


하얀 설산은 마치 거대한 거울처럼 나를 비추었고, 나는 조금씩 잊고 있던 나 자신을 다시 만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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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롱라패스를 향해 가던 길

이 이야기는 단순한 산행기가 아니다.

눈 길 위에서 다시 태어난 나의 기록이고 긴 바람 속에서 들려온 나다움의 노래이다.

준비의 순간부터 이미 삶은 달라졌다. 산은 나를 단련했고, 길은 나를 깨웠으며, 오십이라는 숫자에 눌려 있던 나는 다시 자유로이 서기 시작했다.


이제 이야기를 시작한다.

베시사하르(760m)에서 출발해 토롱라패스(5,416m)를 넘어 묵티나드와 좀솜까지 이어지는 15일의 길

그 길 위에서 나는 어떤 나를 만났을까?


그리고 당신에게도 묻고 싶다.

혹시 지금, 당신 마음속에도 아직 부르지 못한 이름 하나가 숨어 있지 않은가?

그 이름이 곧 당신의 안나푸르나일지 모른다.


다음 이야기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