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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정은 Mar 03. 2024

2023. 1. 28. 10:53~11:08

마을버스를 달리는 이야기


북한산 백운대에서 서울을 조망하려는 듯, 나는 부푼 마음을 안고 마을버스의 맨 뒷좌석에 자리를 잡는다. 패딩 차림의 사람들. 토요일임에도 불구하고 바삐 어딘가로 향하는 가스 검침원, 화려한 곡선의 물결로 엄청난 헤어 아이언 실력을 자랑하는 여성. 내 앞에 나란히 앉아 핸드크림을 나눠 바르는 40대의 여성 둘은 친구 같아 보인다. 나도 내 친구와 나란히 앉아 핸드크림을 나눠 바른 적이 있다. 내 손도, 내 친구의 손도 소중하니까. 둘의 손톱은 같은 샵에서 핑크빛 네일 케어를 받은 듯 함께 반짝이고 있고, 그들의 입은 아이와 남편, 교육 얘기로 채워진다. 남 3, 여 11명의 사람은 2호선 문래역에 다다르자 10명 넘게 쏴악 빠져나간다. 1월 30일,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어 3년 만에 코로나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는데, 대중교통 안에서는 여전히 착용해야 한다. 타임스퀘어에 다다르자, 대부분의 사람이 하차한다. 나는 다음 정류장, 영등포역에서 내린다. 드럼 수업에 일찍 도착해 의자에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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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마을이야기 '영등포에 귀 기울이다' 중 '마을버스를 달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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