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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정은 Mar 03. 2024

버스에 오르며

마을버스를 달리는 이야기


매주 토요일 아침 9시, ‘드럼 수업’ 알람이 나를 재촉한다. 더 자고 싶은 마음에 이불 안으로 몸을 숨길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이내 나를 부르는 드럼 소리에 정신을 바짝 차리곤 했다. 드럼은 작년 3월에 시작했다. 취미를 이렇게까지 열심히 해야 하나 스스로 질문을 던질 정도로, 나는 드럼에 푹 빠져 지냈다.


집 앞 ‘신동아아파트 · 관악고등학교’ 정류장. 나는 토요일 아침 11시경, 막 도착한 영등포 05번 마을버스의 엔진소리를 들으며 가파른 계단을 오른다. 영등포역까지는 15분 정도 걸린다. 나는 동네 마을버스를 가득 채운 친숙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친숙하지도 않은 그런 이야기를 만나보기로 했다. 자그마한 도토리 한 알에 커다란 참나무가 겨울잠을 자듯, 조그마한 마을버스 안의 사람들을 보고 있자면 영등포 사람들을 들여다볼 수 있지 않을까 했다. 2023년 1월부터 기록을 시작했고, 드럼 수업이 연말까지 장기 휴강으로 멈추기 전인 6월까지 마을버스 안 영등포의 셜록 홈스가 되어 16번의 기록을 해보았다.


로드 무비의 주인공처럼 매주 집을 떠나는 나는 어디론가 향하는 마을버스 안에서 새로운 누군가를 만난다. 우리는 서로를 모른다. 영영 모를지도 모른다. 길 위에서 나는 무언가를 발견할 테고, 이는 종종 나에 대한 발견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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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마을이야기 '영등포에 귀 기울이다' 중 '마을버스를 달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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