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버스를 달리는 이야기
할머니를 배웅해 주러 아이 둘과 엄마가 우리 집 앞 버스 정류장에 나왔다. 오늘은 사람이 1.5배는 많아 보인다. 2, 3, 4, 5, 60대 남녀 모두 골고루 탔다. 여전히 대중교통 안에서는 마스크를 쓰지만 사람들은 어느새 얇은 패딩 차림으로 바꿔 입었다. 오늘은 머리를 감지 않은 사람이 대다수다. 유독 도드라지게 깔끔하게 차려입으신 아주머니는 외출 혹은 결혼식에 가는 듯하다. 심지어 오늘 외투를 입지 않은 사람도 보인다. 2주 만에 가는 드럼 수업. 다시 나는 문래동이다. 역시나 문래역에서 대다수 사람이 내리고, 우리 집 앞 정류장에서 버스를 탔던 할머니도 같이 내리신다. 그새 제2세종문화회관 건립부지에는 녹색 천장을 가진 가건물이 들어섰다. 드디어 공사에 들어간다는 것인가. 흐리지만 춥지 않은 오늘이다.
“엄마, 저 사람 왜 저렇게 하고 있어?”
“그렇게 말하는 거 아니야.”
출구에 서 있던 아이가 엄마에게 물었다. 한 30대의 남자가 혼자 팔씨름하듯 오른팔을 버스 기둥에 기대어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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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마을이야기 '영등포에 귀 기울이다' 중 '마을버스를 달리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