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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정은 Mar 03. 2024

2023. 3. 4. 11:06~11:20

마을버스를 달리는 이야기


한결 가벼운 외투를 입은 사람들. 오늘 8도. 따뜻하다. 히터 탓인가 날씨 탓인가. 넷이 모자를 썼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운동화를 신었다. 토요일 아침의 패션이다.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 속에서 옅은 살빛의 아킬레스건이 보인다. 오랜만에 보는 타인의 속살이다. 한 아이가 커다란 녹색 종이학을 접고 있다. 빨강, 파랑, 노랑, 녹색의 버스 손잡이는 누구의 아이디어였을까. 우리나라의 아주머니들은 언제부터 외출 가방으로 작은 백팩을 매기 시작했을까. 20대의 여성은 뒤가 터진 화려한 털 슬리퍼를 왜 신고 있을까. ‘배재현’이란 중학생 같아 보이는 남학생은 어쩌다 가방에 알록달록한 자기 이름표를 달았을까.


에어로스미스가 부른 영화 <아마겟돈>의 주제곡이 라디오에서 흘러나온다. 오래도 살아남았다. 누군가 버스 창문을 연다. 그리곤 이내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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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마을이야기 '영등포에 귀 기울이다' 중 '마을버스를 달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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