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버스를 달리는 이야기
<너에게 난 나에게 넌> 노래가 버스 안을 가득 채웠다. 마스크를 쓰는 마지막 주말이다. 지금은 9도. 꽃샘추위로 겨울옷, 봄옷이 모두 섞여 있다. 아침 알람을 두 번이나 미뤘다가 젖은 머리를 못 말리고 나왔다. 그래도 날이 겨울처럼 차지 않아 춥게 느껴지거나 감기 걸릴 일은 없겠다. 다들 머리를 감아 말렸거나 주말에 감지 않아도 되는 머리카락을 가졌나 보다. 내가 제일 게으른 것 같다. 여자가 대다수다. 30대의 생머리를 한 여성은 밖을 멍하니 내다본다. 다들 백그라운드에 깔린 노래를 들으며 상념에 잠긴 듯하다. 주말 느낌, 봄 느낌을 내기에는 흐린 날이다.
운전석 뒷자리에 두 꼬마가 한 의자에 딱 붙어 같이 앉아있다. 진분홍 점퍼를 입고 곱게 꼰 머리에 커다란 리본 띠를 두른 아이들. 대롱대롱 앵두 같은 머리 장식. 나보다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였을 아이들이다. 밖으로는 결혼식 지방 하객들을 실어 날은 전세 관광버스가 길에 대 있다. 사람들이 다시 결혼을 하기 시작했다.
앞좌석 아주머니는 끊임없이 핸드폰에 나오는 영상과 단체 카톡을 확인한다. ‘오늘 주문 내일 도착’, ‘왕의 귀환 EVONY’. 아주머니는 포인트를 쌓고 있다. 득분이란 분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 다 왔어.”
타임스퀘어 앞이다. 아주머니, 나보다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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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마을이야기 '영등포에 귀 기울이다' 중 '마을버스를 달리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