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버스를 달리는 이야기
비가 온다. 처음이다. 멋쟁이 70대 아저씨는 신사 모자를 쓰고 있다. 며칠 전 양평1동사무소 앞 놀이터에서 무료로 고쳤던 내 감색 우산이 펼쳐지지 않는다. 꿈쩍도 하지 않는다. 8년 지기 우산을 고쳤다고 좋아했는데 무작정 안 열린다. 영등포의 맥가이버라고 불리는 욕쟁이 할머니 할아버지의 원성을 들으며 고쳤던 우산인데 말이다. 꼬마 어린이는 보랏빛 우산에 핑크 우비, 핑크 캐릭터 마스크를 쓰고 있다. 정신을 못 차리겠다. 황사가 잔뜩 꼈던 이번 주의 모든 먼지를 씻겨버리듯 비가 내린다.
“축축해.”
“나도 저런 거 입고 올 걸.”
옆 아이가 조잘조잘한다. 창문 밖, 비는 더 점점 추적추적 내린다. 비닐 소재의 재킷을 걸치고는 있지만 버스를 내리고서 가 걱정이다. 영등포역 정류장에서 내려 영등포문화원까지 10분 정도 걸어야 한다. 이곳저곳에서 조잘조잘. 마스크를 벗은 사람들의 말이 전보다 많아졌다.
끼리끼리 동행끼리. 요즘엔 초등학생도 염색해도 되나보다. 진 금발의 앞머리가 긴 검은색 생머리 너머로 도드라져 보인다. 털로 된 핑크빛 머리 집게도 했다. 그 옆으로 검은색 리본 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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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마을이야기 '영등포에 귀 기울이다' 중 '마을버스를 달리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