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정은 Mar 26. 2024

2023. 4. 15. 11:07~11:24

마을버스를 달리는 이야기


비가 온다. 처음이다. 멋쟁이 70 아저씨는 신사 모자를 쓰고 있다. 며칠  양평1동사무소  놀이터에서 무료로 고쳤던  감색 우산이 펼쳐지지 않는다. 꿈쩍도 하지 않는다. 8 지기 우산을 고쳤다고 좋아했는데 무작정  열린다. 영등포의 맥가이버라고 불리는 욕쟁이 할머니 할아버지의 원성을 들으며 고쳤던 우산인데 말이다. 꼬마 어린이는 보랏빛 우산에 핑크 우비, 핑크 캐릭터 마스크를 쓰고 있다. 정신을  차리겠다. 황사가 잔뜩 꼈던 이번 주의 모든 먼지를 씻겨버리듯 비가 내린다.


“축축해.”

“나도 저런 거 입고 올 걸.”


 아이가 조잘조잘한다. 창문 , 비는  점점 추적추적 내린다. 비닐 소재의 재킷을 걸치고는 있지만 버스를 내리고서  걱정이다. 영등포역 정류장에서 내려 영등포문화원까지 10 정도 걸어야 한다. 이곳저곳에서 조잘조잘. 마스크를 벗은 사람들의 말이 전보다 많아졌다.


끼리끼리 동행끼리. 요즘엔 초등학생도 염색해도 되나보다.  금발의 앞머리가  검은색 생머리 너머로 도드라져 보인다. 털로  핑크빛 머리 집게도 했다.  옆으로 검은색 리본 장식.


--

2023 마을이야기 '영등포에 귀 기울이다' 중 '마을버스를 달리는 이야기'

작가의 이전글 교보문고 ‘작고 강한 출판사의 색깔있는 책'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