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버스를 달리는 이야기
오늘은 드럼 작은 음악회가 있는 날이다. 사람 수가 지금까지 본 중에 가장 적었다. 12시에 시작하는 공연이라 11시까지 모이기로 했는데, 나는 늦게 출발하고 말았다. 동료들에게 미안하게 생겼다. 남자친구는 12시에 오기로 했다. 문화원이 리모델링으로 9월까지 공사를 한다고, 음악회 이후에 휴강에 들어간다고 한다. 시립문래청소년센터 앞 아이들은 주말 아침부터 벌써 일어나 분주하게 이리저리 돌아다닌다.
버스 창문 밖 청과물시장에는 ‘아무개 100’이라고 크게 적힌 마늘 더미가 아무개를 기다리고 있다. 마늘 더미가 100만원이란 말인가. 도통 알 수 없다. 어느 지방에서 트럭을 타고 올라왔을 - 아주머니, 할아버지, 외국인 노동자가 키우고 말렸을 - 마늘을 거래하는 서울의 한복판에서. 그렇게 화창한 초여름의 영등포는 여름을 맞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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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마을이야기 '영등포에 귀 기울이다' 중 '마을버스를 달리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