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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정은 May 03. 2024

버스에서 내리며

마을버스를 달리는 이야기


매주 토요일 아침, 마을버스를 타고 영등포역 정류장에 도착해야 한다는 목표가 아니라, 영등포역 정류장으로 간다는 즐거움을 느끼며 2023년의 봄과 여름을 맞이했다. 우연히 같은 버스를 타게 된 다채로운 사람들의 모습을 감각하며, 무심한 듯 편안하게 그들의 모습과 주변을 써 내려가 보았다.


친숙한 것이 낯설어지는, 그래서 소중해지는 경험을 쌓아갔다. 영등포와 영등포 사람들의 세밀한 변화와 변주를 예민하게 느끼고 반응하며, 낯설음은 곧 새로움을 품기 시작했다. 나는 버스를 같이 타고 있는 일원이면서도 그들의 흐름에 벗어나 있는 익명의 내가 될 수 있었다. 나는 누구도 아닌, 오로지 관찰자로서의 내가 될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영등포에서 자유를 누리고 있었다.


--

2023 마을이야기 '영등포에 귀 기울이다' 중 '마을버스를 달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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