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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린티 Greentea Apr 04. 2021

움츠러든 모든 희망에게 전하는 싱그러운 물줄기

어디서나 잘 자라날 그대들에게, 영화 <미나리>


2019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이후 각종 해외 영화제에서 상을 휩쓸고 있는 화제의 영화 <미나리>를 관람했다. 전 세계 영화제 비평가협회상은 물론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그리고 출연 배우 윤여정은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까지 오르며 국내 개봉 전부터 많은 곳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또한 <플로리다 프로젝트> <문라이트> 등 매번 완성도 높은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는 해외 제작사 ‘A24’와 배우 브래드 피트의 제작사 ‘PLAN B’까지 영화에 합세하며 기대를 안 할 수 없는 조합을 자랑하는 작품이 되었다.



<미나리>는 낯선 미국으로 떠나온 한국 가족의 이야기를 담았다. 아빠 '제이콥'은 오랫동안 꿈꿔왔던 빅 가든, 자신만의 농장을 만들기 시작하고 엄마 '모니카'도 다시 일자리를 찾는다. 큰 딸 '앤'과 막내아들 '데이빗'을 위해 모니카의 엄마 '순자'까지 한국에서 합세하며 그들은 새로운 여정을 시작한다.



개인적으로 <미나리>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라기보다 ‘모습’을 담은 영화라고 하고 싶다. 이야기라는 특정 서사로 단정짓기에는 어쩌면 우리 모두의 모습을 담고 있을지도 모르기에. 그러므로 영화는 특별한, 극적인 서사가 없다. 새로운 도전 앞에서 누구나 다 품고 있는 설렘, 불안, 슬픔, 희망 등 모든 감정과 시큰한 발자취를 고스란히 전달하고 있다.



‘미나리’

참 독보적인 아이템이다.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농작물이자 ‘어디에서나 잘 자란다’라는 가지고 있는 메시지도 뭉클하다.


‘지피지기 백전백승’ 항상 들려왔다.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수많은 노래, 명언 등이 점차 무뎌질 때쯤, ‘미나리’가 나왔다. 어디에서나 마음을 가리지 않고 이렇게 쑥쑥 자랄 수 있어, 그처럼 희망도. 지금껏 나오지 않았던 시각적 위로에 아마 전 세계가 반응하고 있지 않나 싶다.



‘아메리칸 드림’을 외치며 미나리처럼 끈질기게 성공하는 어느 가족의 벅찬 감동을 기대했다면, 생각 외로 다를 수 있다. <미나리>는 꿈꾸고 있는 모든 이에게 슬며시 다가오는 영화다. 매번 다가오는 도전 앞에서 움츠려든 모든 희망에게 던지는 영화.


영화 속에서 언제 모르게 쑥쑥 자라있는 미나리를 보고 왠지 모르게 마음이 꿈틀댄다면 영화는 할 일을 다한 것이다. 그렇기에 영화에서는 성공과 실패를 극적인 연출로 보여주지 않는다. 성공도 실패도 담담하게 하나의 사이클로 비춘다. 마치 하나의 자연의 섭리처럼. 비가 오고 햇살이 뜨고 어느새 자라있는 미나리처럼, 우리도 어디에서나 그렇게 자랄 것이고 자라 있을테니.



출연 배우들의 조화와 그 조화가 주는 편안하고 싱그러운 에너지가 매우 좋았다. 계속해서 보고 싶은 배우들.

우연히 막내아들 ‘데이빗’역의 앨런 킴의 비평가협회 수상 장면을 보았는데 정말 놀랐다. 그렇게 어린 친구가 섬세하고 풍부할 수 있다니! 다른 작품에서 얼른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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