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로이어>부터 <검법남녀>까지 MBC 드라마로 보는 직업융합 연대기
사람의 운명은 한순간에 결정된다.
팽팽한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는 ‘법정’ 안, 유죄를 입증하려는 사람과 무죄를 주장하는 사람이 각자 열변을 토하고 판사의 선고가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피고인의 운명이 결정된다. 반면 절제된 긴장감이 맴도는 ‘수술실’ 안, 자신의 운명을 수술대 위에 맡긴 환자 위로 수많은 의사의 손길 속에 심장 박동기 소리만이 또렷하게 울려 퍼진다. 이렇게 ‘법정’과 ‘수술실’은 한순간에 사람의 운명을 결정짓는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하지만, 이 법정의 ‘변호사’와 수술실의 ‘의사’가 합쳐진다면 어떨까?
오는 6월 3일 첫 방송을 앞둔 MBC 금토 드라마 <닥터 로이어>는 한 때 잘나가던 의사가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변호사가 되어 자신의 운명을 되찾는 놀라운 이야기로 여러분들을 기다리고 있다. 사실 이 밖에도, MBC 드라마에는 한 인물이 여러 직업을 가지게 되거나 각자의 고유한 직업과 능력을 갖춘 인물들이 힘을 합쳐 문제에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들이 많다. 이젠 직업도 융합 시대! 어떤 작품들이 있는지 한번 알아보자.
혼자 잘 먹고 잘살겠다고 남의 밥그릇 뺏고 침 뱉는 거? 오케이 못하지!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사람 일은 한 치 앞도 모른다고 했던가. 자다 깨서 온 듯한 무념무상 비주얼로, 성심성의껏 연필을 굴려 시험을 본 사람이 국가 공무원에 합격해서 ‘고용노동부’로 발령받을 확률이 얼마나 될까. 그 사람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이름에서부터 불량미 폴폴 풍기는 그는 바로 ‘조진갑’. 한때 학교 체육 교사였던 그는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이 되어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간다.
여기서 잠깐. 근로 감독관이란?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근로 규정 실시 여부를 감독하고, 이를 위반한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수사권을 가진 고용노동부의 ‘특별사법경찰관’이다.
즉, 언제나 노사 사이에 끼어 충돌에 대처하고 이성적 사고를 유지한 채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에 모두가 기피하는 부서이다. 이곳에서 과거 체육 교사로서 불 같고 화끈한 성격을 꾹꾹 누른 채 살아가고 있던 그에게, 어느 날 ‘선우’라는 인물이 나타난다. 지금은 철저히 ‘을’로서 임금 미지불, 부당 해고의 문제를 혼자 맞서고 있는 선우는 사실 진갑이 체육 교사로 재직 중이던 시절 학교폭력의 피해자였다. 그저 주어진 일에 열정 없이 기계적으로 대처해 왔던 ‘진갑’에게 ‘선우’는 다시 한번 ‘근로감독관’로서의 용기와 사명감을 불어넣어 주며 과거 체육 교사 ‘조진갑’의 거침없고 화끈한 성격을 다시 한번 꺼내 들게 된다.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은 2019년 4월 MBC에서 방영된 드라마이며, ‘김동욱’ 배우 특유의 유쾌한 동시에 섬세한 감정 표현이 잘 드러나 있어 그 해 MBC 연기 대상을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거대한 회사 밑에서 자신의 당연한 권리를 당당히 드러내지 못하고 수그리고 있는 모든 ‘을’에게 위로가 되었으며 ‘갑’에게 쌓였던 울분과 억울함을 시원하게 날려주었다. 이런 드라마가 가지고 있는 시사점이 시청자들에게 깊은 감동과 여운을 선사했다. ‘체육 교사’로서 화끈하고 거침없는 자아와 ‘근로감독관’의 이성적 책임을 동시에 가진 ‘근로감독관 조장풍’은 죄 없고 성실한 여러 ‘을’들의 운명을 바꿀 수 있을까?
아무도 믿지 마, 진실은 그 뒤에 숨어있어!
#검법남녀
‘따뜻함’이라고는 눈을 씻고 봐도 찾아볼 수 없는, 차가운 이성 범벅 법의관 ‘백범’. 팩트 폭력은 기본, ‘증거’하면 뼛속까지 탈탈 털어버리는 증거 마니아에다가 ‘사체와 대화를 하는 마법사’로 불릴 정도로 섬세하고 날카로운 시선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여기서 ‘법의관’이란? 말 그대로 ‘법’과 ‘의학’을 모두 다루는 사람으로, 의학적, 과학적 정보와 지식을 바탕으로 범죄 수사에 도움을 주거나 사인과 사망 경위를 밝힌다. 더불어, 재판에 출석하여 의학적 진술과 판단을 증언하기도 한다. 범죄와 관련된 시체의 경우에 시체 또는 현장에서 증거물을 채취하기도 한다.
반면 어딘가 모르게 어설프고 덜렁대지만 일할 때만큼은 감춰왔던 초능력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전직 사법연수원 에이스 ‘은솔’. 보는 것마다 ‘사진’과 같이 정확하고 확실하게 기억하는 ‘포토 메모리’ 능력과 말하는 상대의 감정을 재빠르게 파악하는 ‘거짓말 탐지기’ 능력까지 겸비한 그녀는 오감 발달 금수저 검사이다. 이 ‘백범’과 ‘은솔’이라는 개성 넘치는 두 인물이 만나 사회의 다양한 단면과 문제가 드러나 있는 사건들을 막힘없이 해결해간다.
가정폭력, 불륜, 데이트 폭력, 입시 경쟁 등 그동안 공공연하게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던 사건들을 법의관과 검사의 융합된 시선에서 바라보고 있다는 점, 그리고 뉴스에서 단순하게 결과로만 접하던 사건들이 어떻게 해결되고 판단이 되는지 그 ‘비하인드’를 긴장감 넘치게 풀어냈다는 점에서 많은 시청자가 열광했다. 시즌2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선사한 ‘노민우’ 배우는 2019 MBC 연기대상에서 ‘신스틸러상’을 수상했다. 과연 법의관과 검사, 이 두 인물의 만남이 억울한 피해자들의 한을 풀어줄 수 있을까?
“두렵습니까? 내가 전부 밝힐까 봐? 이번엔 꼭, 제대로 벌 받게 할 거야.”
#닥터 로이어
여기 실력 있고 명성 높은 외과 의사 ‘한이한’이라는 인물이 있다. 인간적인 매력과 훌륭한 실력을 모두 갖춘 ‘이한’은 어느 날 조작된 수술로 인해 그동안 지켜왔던 자신의 모든 것을 잃고 만다. 그날의 진실과 배후를 찾기 위해 복수의 칼날을 꺼내 든 채, 그가 5년 후 ‘의료소송 전문 변호사’가 되어 돌아왔다. 거기에 전략적 동맹을 맺은 기업 ‘아너스핸드’의 지부장 ‘제이든 리’와 그의 연인이자 서울중앙지검 검사 ‘금석영’이 합세해 ‘이한’의 복수를 돕는다.
<닥터 로이어>는 제목에서 알 수 있다시피 ‘의료 소송 전문 변호사’이다.
드라마에서 등장하는 직업하고 꽤 자세하다. 그만큼 사회는 기술뿐만 아니라 세부적으로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그만큼 전례 없는 다양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닥터 로이어>는 그 중에서 요즘 사회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의료 사고’에 초점을 두었다.
오로지 의사에 대한 ‘신뢰’와 ‘용기’를 바탕으로, 자신의 운명을 건 채 수술대 위로 오르는 ‘환자’들이 영영 깨어나지 못하게 된다면? 이런 시사점을 드라마에서는 ‘한이한’이라는 인물의 드라마틱한 서사로 풀어낼 예정이다. 긴장감과 몰입감, 동시에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도 느낄 수 있는 <닥터 로이어>는 올여름 시청자들에게 지금껏 느끼지 못한 희로애락을 선사할 것이다. 과연 ‘한이한’은 ‘닥터 로이어’로서 자신의 운명을 직접 뒤바꿀 수 있을까?
이렇게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검법남녀>에 이어 <닥터 로이어>까지. MBC 드라마에서는 사회의 여러 문제에 힘을 합쳐 맞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 많다. 비단 남의 일이 아닌,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기에 더욱 몰입되고 공감이 되어 주인공들을 열렬히 응원하게 된다. 오늘도, 내일도 열심히 발로 뛰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나갈 ‘조장풍’ ‘백범’ ‘한이한’을 응원하고 위로하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