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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린티 Greentea Mar 24. 2024

지능형 안티 제보자에 공격당한 현직 기자 잔혹사

영화 <댓글부대> VIP 시사회 후기 / 손석구 김성철 김동휘 홍경 


인터넷에서 본 글, 어디까지 믿으세요?


2024 올 상반기를 강타할 화제작, 어쩌면 문제작이 도착한 듯하다. 

2월에는 꽁꽁 얼었던 날씨를 묫바람으로 뜨겁게 녹였다면, 다가오는 봄에는 아마 '댓바람'이 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평소 인터넷에서 본 글을 어디까지 믿나.

사실 어렸을 때는 좋아하는 아이돌이나 평소 관심 있었던 연예인이 나오는 기사면 맹목적으로 파고들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들수록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도 조금씩 알게 되고, 날카로운 현실에 점점 스며들게 되면서 이제는 조금의 질긴 의심은 생겼다고 스스로 생각하곤 했었다.



하지만, 이 영화가 나의 사고에 어쩌면 새로운 촉발제가 되어줄지도 모르겠다. 

마치 가축을 도축하는 과정을 낱낱이 본 기분이랄까. 우리가 '진실'이라고 말하는 것들은 무엇인가. 그 진실은 어디서부터 오며, 우리는 그 진실을 가로막는 수많은 벽들에 여전히 속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 영화를 어떤 장르로 불러야 할까. 언론 스릴러라고 하기에는 너무 허전하고, 어쩌면 흉흉한 도시괴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 영화는 어쩌면 지금도 우리를 둘러싼 베에서 벌어지는, 모두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기에 '현실 밀착 스릴러'라고 부르는 것이 맞기도 하겠다.


그래서 대체 이 영화가 무엇이냐고? 전직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가 쓴 장편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댓글부대>이다. 




오는 3월 27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댓글부대>를 지난 22일 열린 VIP 시사회로 먼저 만나고 올 수 있었다. 


촬영 기간이 2023년 3월부터 6월까지 약 3개월인데, 크랭크업한 지 1년도 안 되어서 개봉을 하는 작품이다. 그만큼 완성도가 있을 작품이라는 기대도 있었고, 영화산업이 그만큼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의미로도 다가와서 반갑기도 했다. 



<댓글부대>

감독 : 안국진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출연 : 손석구, 김성철, 김동휘, 홍경

장르 : 스릴러, 드라마

러닝타임 : 109분

제공/배급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작 : 영화적순간

개봉일 : 2024.03.27 


기자님 기사 오보 아니었어요.
다 저희들이 만든 수법이에요


실력 있지만 허세 가득한 사회부 기자 ‘임상진’ 대기업 ‘만전’의 비리를 취재하지만 오보로 판명되며 정직당한다. 그러던 어느 날, 의문의 제보자가 찾아온다. 자신을 온라인 여론 조작을 주도하는 댓글부대, 일명 ‘팀알렙’의 멤버라고 소개한 제보자는 돈만 주면 진실도 거짓으로, 거짓도 진실로 만들 수 있다고 하는데… “불법은 아니에요. 합법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제보, 어디부터 진실이고, 어디까지 거짓인가?



<댓글부대> VIP  시사회 현장 스케치 

무대인사 참석자 : 손석구, 김성철, 김동휘, 홍경, 이선희, 최덕문, 안국진 감독 



홍경 배우님의 팬서비스가 굉장히 인상 깊었습니다 (ㅎㅎ) 

멀리 계신 팬분들께도 일일이 다 발견하시고 손인사 해주시더라고요. 



Review 

 

# 에너지 가득한 충무로의 기대주 어벤저스 캐스팅 



영화의 초반에 손석구 배우가 극을 혼자 이끄는 힘은 충분히 인상적이다. 진득이 진중해야 할 때, 마음껏 유쾌해질 때의 완급조절을 온전히 이제 큰 스크린에서 단독으로 해내며, <범죄도시 2>의 강해상의 서브 빌런 이미지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온전히 임상진 기자로만 바라볼 수 있었던 새로운 시간이었다. 


더불어, <댓글부대>에서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점 중 하나는 바로 댓글부대 3인방의 캐스팅이다.

댓글부대 3인 찡뻤킹, 찻탓캇, 팹택. 이름만큼이나 새롭고 신선한 충무로 기대주 3인방, '김성철, 김동휘, 홍경'의 활약이다. 



개인적으로, 김동휘 배우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크리스마스 캐롤> 등에서 만나볼 수 있었지만, 김성철 배우는 <올빼미> 이후로 꽤 오랜만의 스크린 복귀라 매우 반가웠고, 홍경 배우 역시 브라운관의 <악귀> 이후로 스크린에서의 감회가 새로웠다. 


김성철 배우의 노련함, 김동휘 배우의 대담함, 홍경 배우의 자유분방함의 조화는 근사했다. 어떻게 보면 그저 유쾌하고 자유로운 이미지로만 연기하면 서로 겹치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각 배역마다 두드러지는 차별점은 무엇일까 궁금했었다. 하지만, 전개가 진행됨에 따라 이 세 인물의 성격, 포지션, 관계성이 드러나면서 비슷해 보이던 인물들이 서서히 자리를 잡게 되며 세 배우들의 역량과 에너지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이름만 댓글부대이지, 말 그대로 사람의 심리를 치밀하게 꿰뚫고 극악무도한 조작을 저지르는 삼총사라고 보면 되는데, 영화를 다 보고 나오면 어쩌면 이 세 인물이 마치 오싹한 신기루처럼 느껴지기도 할 것이다. 



# 오싹한 도시괴담 같은 현직 사회부 기자 잔혹사


그저 지능형 댓글 알바를 고발하는 정도의 가벼운 블랙 코미디로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영화는 꽤 단단하고 무겁고 철학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영화의 원작인 동명소설 <댓글부대>의 작가는 동아일보의 사회부 기자로 활동했던 장강명 작가이다. 국가정보원 여론조작 사건에 모티브를 따와 소설을 적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그의 기자 생활의 내공과 현실감 있는 묘사로 알려진 소설이기도 하다. 


영화는 소설에 비해 각색된 부분이 어느 정도 있긴 하지만, 그 텐션을 전혀 잃지 않고 있다. 국가정보원 대신 가상의 대기업 '만전'을 소재로 하고 있다. 



사람들은 이제 뉴스를 신문과 TV로 보지 않는다. 인터넷 기술이 발달되고, 동시에 얼굴을 맞대지 않아도 자유롭게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커뮤니티 문화가 발달되면서 자연스럽게 '전자 민주주의'가 형성되었다. 


이제 진실을 상대적이게 되었다. 누구든 말하는 것이 진실이 될 수 있고, 더 자극적일수록 진실의 개념에 가까워져 가는 듯하다. 진실을 하나이지만, 제보자는 끝도 없이 많은 아이러니. 결국, 도돌이표처럼 돌아오는 뒤섞인 거짓과 진실. 


그리고 영화 속 임상진 기자는 그 수많은 벽을 뚫고 진짜 진실을 찾으려고 한다. 이 오싹한 현실은 마치 도시 괴담을 연상케 하기도 한다. 과연 임상진 기자는 그 진실의 핵에 도달할 수 있을까. 찡뻤킹, 찻탓캇, 팹택은 본인들의 진실을 지켜낼 수 있을까. 


마치 가축을 도축당한 과정을 낱낱이 직관하는 듯한 두려움, 불편함, 공허함이 느껴졌다. 누군가를 향해 시작된 잣대, 그리고 몰려드는 위선 혹은 위악들. 


전자 민주주의, 과연 축복인가 저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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