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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린티 Greentea Aug 21. 2019

당신의 우주는 무엇입니까 , 영화 <퍼스트 맨>

우리 모두에게는 자신만의 우주가 있다


그동안 정말 많은 우주영화가 우리들 곁으로 찾아왔었다. 산드라 블록 주연의 <그래비티>부터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터스텔라> 그리고 <퍼스트 맨>까지. 이렇게 많은 우주영화를 보다보면, 우주의 그 광활한 여백을 다양한 감성과 생각으로 꽉 채우는 감독만의 시각을 잘 느낄 수 있기도 하다. <퍼스트 맨>은 <라라 랜드><위플래쉬>의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작품이라서, 아마 이 영화를 기대한 많은 분들은 조금 더 대중적인 재미, 스펙터클한 우주 영화를 기대한 분들이 정말 많을 것이다. 하지만, 퍼스트 맨은 우리의 그러한 예상을 완전히 뒤엎었다.



- 액션 블록버스터가 아닌 감수성 블록버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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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우주 영화에서 기대하고 있는 극적인 전개와 액션 혹은 위기. 평소에 우리가 다다를수 없는 공간이기에, 대중들은 '우주'라는 공간을 위험천만한 스펙터클한 공간이 되기를 원한다. 간접적으로라도 재미있게 체험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 하지만, 퍼스트 맨은 정말 담담하고 묵직하게 진행된다. 스펙터클함 보다는 전체적으로 연출이 정말 건조하고 잔잔해서 정말 닐 암스트롱의 다큐멘터리 전기 영화라고 해도 될 만큼, 달에 그의 발을 내딛을 때까지의 과정과 인물의 심리를 꼭꼭 하나하나 짚고 넘어간다. 그만큼, '우주'라는 공간에 초점을 두기 보다 우리와 같은 한 평범한 인물이 우주 비행사가 되기까지의 한 '사람'의 심리에 초점을 둔 영화이다.



- <라라랜드>와는 또 다른 모습의 라이언 고슬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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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랜드>에서는 스윗하고 젠틀한 연기를 보여주었다면 <퍼스트 맨>에서는 '닐'이라는 인물이 우주 비행사가 되는 과정에서 그동안 평범한 사람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한꺼번에 많은 감정이 쏟아져, 오히려 담담해져 가는 심리를 눈빛 하나만으로 느껴지게 한다. 영화의 소재처럼 우주와 같은 담백한 여백이 보이는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감정이 표정으로 완전히 드러나지 않는 그의 연기는 오히려 보는 관객이 그 감정을 그대로 이입이 된다. 영화에서 느껴지는 마지막 침묵, 그 사운드의 여백과 눈빛 만으로 관객들의 감정을 압도한다.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다소 느리고 담담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퍼스트 맨>은 지금까지 본 우주 영화와는 다르게, 우주와도 넓은 감수성으로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그 이상으로 가슴 깊이 다가올 것이다.



- 영화에서 나지막히 던지는 메시지, 당신의 우주는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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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무언가 큰 꿈을 꿀 때에도, 소중한 사람을 잃을 때에도, 기쁠 때에도 항상 하늘을 쳐다본다. 그리고 그 하늘에 떠있는 달에게 우리의 많은 감정들을 이입한다. 우리는 꿈과 많은 감정과, 기억들을 달에 묻지만, 닐은 그 '달'이 자신의 인생이었고, 우리보다 더 큰, 그의 인생과 아픈 추억들을 묻는다. 우리에게는 그저 일상적이고 평범할지는 몰라도, 어느 한 사람에게는 그의 인생과도 같은 전부인 모습을 보면서 <퍼스트 맨>은 우리에게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당신의 우주는 무엇입니까?' 영화에서 '닐'의 꿈이 우주로 가는 것처럼 우리에게도 닐과 같은 꿈이 있는지. 모든 것을 걸고도 여백이 남을 만큼의 간절한 꿈이 있는지 다시 한 번 되묻고 있다.


정말 이 영화를 옮겨놓은 듯 한 시가 있다.


아내를 두고 멀리 일을 하러 가는 남자의 마음을 담은 시, 미국 영미문학의 대가인 존 던의 Valediction이다. 아내를 두고 가는 마음을 컴퍼스로 표현하였는데, 이 영화의 두 남녀와 너무 닮았다. 남편을 우주로 보내고 나서 홀로 애가 타고 있는 아내의 마음. 휴대전화로 연락을 할 수도, 편지를 보낼 수도 없는 아내의 공허하고 불안한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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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they be two, they are two so  As stiff twin compasses are two;
Thy soul, the fixed foot, makes no show  To move, but doth, if the other 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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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though it in the center sit,  Yet when the other far doth roam,
It leans and hearkens after it,  And grows erect, as that comes 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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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ch wilt thou be to me, who must,  Like th' other foot, obliquely run;
Thy firmness makes my circle just,  And makes me end where I beg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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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ohn Donne의 Valediction : Forbidding Mourning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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