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다는 것, 그 느린 것을 반복하는 것에 대하여
사람이 날아다닐 수 있다면?
사람이 밥 안 먹고도 살 수가 있다면?
하루가 24시간이 아니고 240시간 쯤 된다면?
잠을 안 자고도 피곤하지 않다면?
몸이 하나가 아니라 세 개쯤 되어서 노는 나, 일하는 나가 분리되어 있다면?
이런 상상을 해 본적이 있다.
그러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매번 돌아오는 삼시 세끼. 호환마마보다 무섭다는 삼시 세끼. 왜 이렇게 안 먹으면 배가 고프고 힘이 없어지는 건지. 두세시간 준비하고 십분 먹고 치우는데 삼십분. 이 비효율적인 것을 그렇게 해야 하나 싶었다.
축지법을 써서 가고 싶은 곳을 바로 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매일 씻고 먹고 준비해서 가는 시간에 하고 싶은 공부를 하거나 영화를 본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이는 놀아달라고 하는데 출근은 해야 하고. 집에서 아이랑 노는 나와 직장 가서 일하는 나가 동시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것도 어짜피 나인데. 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그만큼 전력질주를 하고 단기간 내에 최대한 많은 일을 하는 것을 미덕으로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만약 정말 그렇게 되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괜히 걷는 것만큼 비효율적인 일이 있을까?
그런데 걸으면 치매도 예방도 되고 헛된 망상도 사라지고 사람이 착해진다. 지혜로워진다. 예뻐진다. 젊어진다. 건강해진다. 왜 그럴까?
오래 걷기. 뛰는 것도 아니고 그냥 오래 걷기가 왜 그럴까?
오래 걷는다고 해도 한 시간 또는 두 시간이다. 그 이상도 필요없다.
비효율적인 일. 한다고 해서 아무 차이도 없어 보이는 걷는 일이 왜 그럴까?
밥을 먹는 일은 또 어떤가? 밥 먹는 것만큼 힘든 일이 어디 있다고. 시장보고 준비하고. 사 먹는다고 해도 나가서 밥먹고 계산하고 오고. 이것을 꼬박 하루 세번을 해야 한다. 별것도 한것도 없는 데 금방 밥먹을 시간이다.
아휴 귀찮은 밥먹기. 삼시세끼.
그런데 왜 밥을 먹으면 힘이 날까? 누군가와 함께 먹는 밥이 왜 그렇게 좋은 것일까? 사람이 밥을 안 먹어도 되고 걷지 않아도 된다면 아마도 메타버스 웹 3.0은 지금보다 훨씬 빠르게 발전할 것이다.
그런데 사람은 결국 밥을 먹어야 하고 걸어야 하고 하늘을 봐야 하고 자연을 가까이 해야 한다.
메타버스. 웹 3.0. 그거 대단한 것 아니다.
우리는 이미 메타버스다. 지금 이 몸. 빨간 알약. 파란 알약 먹고 영혼의 성장, 삶을 경험하기 위해서 최적화된 환경과 몸을 선택해서 스스로 이 빡센 지구별에 온 것이다.
우리는 오히려 최첨단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다. 일부러 몸의 분리를 선택했다. 이런 분리 속에서 사실은 내 이웃과 내가 한 몸이라는 것을 더 절실하게 깨닫기 위해. 이렇게 다른 몸을 선택해서 다양한 색으로 살고 있다. 이 한계를, 이 질병을, 이 장애를, 이 태어남과 죽음을 일부러 선택한 이미 완성된 존재이다.
#죽음학 #생노병사 #메타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