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좋아하는 감정으로 쓰는 글
향기롭고, 컬러가 예쁘고, 존재감이 뚜렷한 꽃들은 너무도 많아서 어지간해서는 그 이름을 다 알 수 없을 정도이고 바쁘게 하루하루 견뎌가는 일상 속에서 한아름의 꽃을 사 들고서 기분 좋은 여유를 누리기란 쉬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나 역시도 자주 꽃을 사지 않고, 또 꽃 선물이라고는 어릴 적 피아노 연주회에서 받아본 것이 전부다. 누군가는 꽃은 사치라고, 쓸데없는 것이라고, 쓰레기가 될 뿐이라고 얘기하지만 그래도 꽃은 영원히 아름답고, 로맨틱한 것이다.
장미꽃 옆의 안개꽃은 싫어요.
내가 좋아하는 꽃은 안개꽃이다. 어릴 때부터 안개꽃을 좋아했다. 지금 생각하면 조금 촌스럽지만 예전에는 장미꽃을 사면 꼭 주변에 안개꽃을 둘러 포장을 해주곤 했다. 근데 나는 그때도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왜 장미꽃 주변에는 안개꽃을 둘러야 하며, 안개꽃의 가운데는 장미꽃이 있어야 하는지 그 당연한 듯 포장하는 손길이 유치하고 진부하다고 생각했다. 장미꽃은 장미 꽃대로 이쁘고 안개꽃은 안개꽃대로 이쁘지만 그것이 같이 있으면 나는 그게 그렇게 싫더라. 아무튼 어린 마음에도 그것이 못마땅해 "안개꽃만 포장하면 어떨까요" 하고 꽃집 아주머니에게 물으면 "장미랑 같이 해야지, 안개꽃만 있으면 안 예뻐."라고 하셨는데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언젠가부터 드라이플라워가 유행처럼 번지면서 드라이된 안개꽃도 많이 볼 수 있는데 그때 기분이 참 좋았다. 굳이 내 기분을 설명하자면 안개꽃은 내 눈에만 이쁜 것이 아니라 정말로 이렇게 예쁜 꽃이라는 것을 증명한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안개꽃은 만개할 때를 기다렸다가 그 상태로 드라이하면 풍성한 하얀 꽃도 예쁘고, 연두색을 하고 있던 줄기도 노르스름하게 변하면서 무척 분위기 있게 변하는데 나는 그 모습이 참 좋다. 싱싱한 안개꽃을 한 다발 사서 만개할 때를 기다리며 지켜보는 것도 싱그럽고 드라이된 따뜻한 컬러를 보고 있으면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사진 속에 있는 저 안개꽃은 부산에 다시 내려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한 다발을 사서 드라이했는데 반 정도는 저렇게 크라프트 페이퍼백을 접어 고이 넣어두었다. 지금은 봉투 위에 먼지가 뽀얗게 앉았지만 그 마저도 좋다. 그리고 나머지 반은 이리저리 써버렸다. 안개꽃은 버릴게 하나도 없는 것이 손편지에 한 줄기 넣어 보내기도 하고, 선물상자 속에 아이보리색 색화지를 올리고 그 위에 한줄기 살짝 얹어두어도 좋은 것이다. 후드득 떨어지니 조심해야 하긴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이쁜 꽃.
알록달록 형광색은 싫어요.
오렌지, 핑크, 블루, 그린 다양한 컬러의 안개꽃을 볼 수 있지만 그래도 나는 본래의 하얀 안개꽃, 그리고 그대로 드라이한 안개꽃을 좋아한다. 길을 가다 보면 꽃집에 이런 알록달록한 드라이 안개꽃을 믹스해서 다발로 만들어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이성에게 그런 알록달록 안개 꽃다발을 선물 받는다면? 아....... 별로 유쾌하지 않은 상상이다. 그냥 꽃을 선물 받고 싶은 상대에게는 이 글을 살짝 보여줘야겠다.
후드득 떨어지는 것이 무서워서 조심조심 만지게 되는 안개꽃. 만지고 나서는 꼭 바닥청소를 하게 만들어도 안개꽃을 좋아한다. 오래오래 두고 보아도 예쁘기만 한 안개꽃을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