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고 집으로 가려는 참이었습니다. 도서관 정문인 유리문을 밀고 나가려고 하는데 도서관 안으로 들어오려고 걸어오는 아저씨가 보였습니다. 뒷짐을 지고 성큼성큼 걸어오는 아저씨를 보며 ‘내가 먼저 문을 열 타이밍이니 아저씨가 들어가기 편하게 문을 좀 잡아줘야겠다’라는 습관적인 생각을 했습니다. 맞습니다. 습관적이지요. 저의 몇 개 안 되는 반듯함을 자랑하려고 굳이 써넣은 문장입니다. 하여간 문을 힘차게 밀고 왼손으로 살짝 문을 잡고 있는데 그 아저씨는 뒷짐을 여전히 진 채로 배부터 들이밀며 안으로 쏙 들어가려는 게 아니겠습니까. 순간 너무 얄미워서 왼손으로 문을 힘차게 닫았습니다. '힘차게 닫히는 문에 몸통이 꽉 끼어버려라!'라는 저주 섞인 감정이 저의 왼손에 힘을 실어주었지요. 파워스윙으로 문을 닫고 그 아저씨의 몸통 걱정은 접어둔 채 집으로 걸어오면서 순간, 너무했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곧 ‘저렇게 당해봐야 정신 차리지’라며 찝찝한 감정을 털었습니다. 타인의 배려를 거만한 태도로 받는 사람은 혼꾸녕이 날 필요가 있으니까요.
가능한 타인의 무례한 태도를 그냥 못 본척하고 ‘내 가족도 아니고 말이지, 내 알바 아님’이라는 생각으로 지내지만요, 요즘은 소심한 복수 같은 걸 할 수 있으면 하려고 합니다. 저도 의도치 않게 무례한 짓을 하곤 타인에게 한소리 듣거나 또는 째려봄을 당한 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는 무척 불쾌하고 짜증이 나지만 돌아서서 생각해보면 내 잘못이었구나 하며 반성하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다음번엔 그런 태도를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인간은 이렇게 성장하는 게 아닐까요? 칭찬만이 인간을 성장시키는 건 아닙니다. 자기반성도 인간을 성장시킨다고 생각합니다. 남이 열어준 문을 뒷짐 지고 몸통만 쏙~들어가는 저분도 혼난 적이 없어서 본인의 태도가 무례하다는 것을 모르는 게 아닐까요? 어른도 잘못하면 혼이 나야 합니다. 저는 그렇게 모르는 아저씨를 소심히 혼냈습니다. 그 아저씨는 본인이 혼났는지도 모를 수도 있겠지만서도요, 그것까지는 정말 제 알바가 아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