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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닥 Jan 07. 2022

소심한 혼꾸녕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고 집으로 가려는 참이었습니다. 도서관 정문인 유리문을 밀고 나가려고 하는데 도서관 안으로 들어오려고 걸어오는 아저씨가 보였습니다. 뒷짐을 지고 성큼성큼 걸어오는 아저씨를 보며 ‘내가 먼저 문을 열 타이밍이니 아저씨가 들어가기 편하게 문을 좀 잡아줘야겠다’라는 습관적인 생각을 했습니다. 맞습니다. 습관적이지요. 저의 몇 개 안 되는 반듯함을 자랑하려고 굳이 써넣은 문장입니다. 하여간 문을 힘차게 밀고 왼손으로 살짝 문을 잡고 있는데 그 아저씨는 뒷짐을 여전히 진 채로 배부터 들이밀며 안으로 쏙 들어가려는 게 아니겠습니까. 순간 너무 얄미워서 왼손으로 문을 힘차게 닫았습니다. '힘차게 닫히는 문에 몸통이 꽉 끼어버려라!'라는 저주 섞인 감정이 저의 왼손에 힘을 실어주었지요. 파워스윙으로 문을 닫고 그 아저씨의 몸통 걱정은 접어둔 채 집으로 걸어오면서 순간, 너무했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곧 ‘저렇게 당해봐야 정신 차리지’라며 찝찝한 감정을 털었습니다. 타인의 배려를 거만한 태도로 받는 사람은 혼꾸녕이 날 필요가 있으니까요.


가능한 타인의 무례한 태도를 그냥  본척하고 ‘ 가족도 아니고 말이지,  알바 아님이라는 생각으로 지내지만요, 요즘은 소심한 복수 같은    있으면 하려고 합니다. 저도 의도치 않게 무례한 짓을 하곤 타인에게 한소리 듣거나 또는 째려봄을 당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는 무척 불쾌하고 짜증이 나지만 돌아서서 생각해보면  잘못이었구나 하며 반성하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다음번엔 그런 태도를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인간은 이렇게 성장하는  아닐까요? 칭찬만이 인간을 성장시키는  아닙니다. 자기반성도 인간을 성장시킨다고 생각합니다. 남이 열어준 문을 뒷짐 지고 몸통만 ~들어가는 저분도 혼난 적이 없어서 본인의 태도가 무례하다는 것을 모르는  아닐까요? 어른도 잘못하면 혼이 나야 합니다. 저는 그렇게 모르는 아저씨를 소심히 혼냈습니다.  아저씨는 본인이 혼났는지도 모를 수도 있겠지만서도요, 그것까지는 정말  알바가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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