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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닥 Jan 13. 2022

'카카오'는 나를 포기하지 않았다


이럴 수가 있나 싶다!

뽀닥 캐릭터가 이모티콘으로 나오면 정말 좋겠다는 몇몇 브런치 작가님들의 응원에 힘입어(정확히 말하면 두 분 되시겠다. 흠흠) 석 달 전에 카카오 이모티콘에 도전했다. 그리고 정확히 2주 뒤에 '미승인' 통보를 받았다. 어라? 왜지?

제안만 하면 바로 '승인'되고 바로 팔릴 줄 알았는데, '미승인'이라니... '미승인'이라는 세글자에서 오는 말 그대로 '현타'를 제대로 받고 이모티콘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보아하니 사람보다 동물 캐릭터가 월등히 많았다. 그렇구나. 사람이 아니라 동물로 캐릭터를 만들어야 했었어. 내가 제일 사랑하는 고양이로 캐릭터를 만들어서 다시 제안해보자!

'미승인'

어라라?? 아니 왜 또 미승인? 고양이 좋아하지 않나요? 나만 좋아하는 거야? 그런 거야? 두 번이나 미승인을 받고 보니 제대로 이모티콘 공부도 안 하고 무작정 덤벼서 탈락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모티콘에 대해 공부를 해야겠다! 도서관으로 향했다. 하루만 투자하면 이모티콘으로 10억을 번다는 책들을 골라서 읽기 시작했다. 콘셉트가 중요하다는 이모티콘 작가님들의 글을 읽고 아뿔싸~싶었다. 그래, 콘셉트! 난 대충 재밌어 보이는 모습이면 그냥 오케이라는 마음으로 아무거나 32개를 만들었는데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거였다. 그래서 '다크서클 있는 고양이'로 콘셉트를 잡아 세 번째로 카카오에 제안을 했다.

'미승인'

이런, 망할;;; 왜 또 미승인이지?

알 수가 없었다. 도대체 왜 미승인인지 아무리 고민해봐도 알 수가 없었다. 책을 집어 던지고 없는 것 빼곤 다 있다는 유튜브에서 이모티콘 관련된 영상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유튜브엔 '미승인'난 이모티콘을 '승인'으로 바꾼다는 영상이 수두룩 빽빽했다. 이럴 수가! 이 바닥이 만만찮은 바닥이었다. 난 정말 이모티콘 시장을 쉽게 봤었구나. 이모티콘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정말 모르고 칠렐레 팔렐레 했구나. 202개 제안해서 10개 승인받았다는 작가부터 1년째 도전 중이지만 아직 미승인이라는 작가까지 장난 아니었다. 이 와중에 첫 도전에 승인받고, 일주일에 3개나 승인받은 사람도 있었지만 그런 영상은 질투가 나서 도중에 꺼버렸다. 처음 미승인 때 받은 '의구심'이 두 번째 때는 '당황'으로 바뀌고, 세 번째 미승인으로 '패배감'만 잔뜩 쌓인 나의 멘탈에 성공한 사람의 영상은 단지 '너 잘나서 좋겠구나. 눈 꼴 시어서 못보겠네' 정도의 느낌밖에 주지 않았다. 솔직히 이런 분의 영상을 보고 요즘 트렌드를 알아내야 하는데... 트렌드고 뭐고 나는 미승인 난 작가와의 동지의식이 더 절실했다. 실패한 사람의 영상을 보며 같은 패배자들끼리 느낄 수 있는 은밀한 위로만 가득 채웠다. 나만 미승인이 아니었어~이 사람, 저 사람도 다 미승인이었어~그래그래, 우린 모두 미승인 동지야! 동지들이 이렇게나 많구나~얼씨구!


얼씨구~는 무슨 얼씨구. 다 싫다. 영상을 보고 나니 더 허탈해졌다. 영상에 나오는 이모티콘 작가는 다 젊은 사람들이다. 젊은 사람들도 이모티콘 흐름을 못 타서 미승인 받는 판에 나는 중년이라 더 시대의 흐름을 못 따라가는 것인가 보다. 남편이 옆에서 "아니! 부인 캐릭터 귀여운데 왜 안된거래? 별 그지 같은 것도 다 올라오더만!"이라며 나의 기를 살려주었지만 어차피 남편도 나처럼 한물간 늙다리일 뿐이다. 같은 늙다리가 기를 살려줘봐짜 별로 힘도 나지 않았다. 그래, 다 때려치자, 이모티콘은 무슨 이모티콘. 일주일에 3개 승인받는 그런 사람이나 이모티콘 작가 하라 그래~나는 때려칠랜다. 그러곤 공부도, 작업도 하지 않고 며칠을 보냈다.

그러다 문득 '이모티콘 제안에 나이 제한이 있는 것도 아니고, 3개 도전해서 안되면 다시는 도전하지 마시오라는 정책이 카카오에 있는 것도 아닌데 내가 왜 포기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100개를 제안하든, 1000개를 제안하든 카카오는 내 이모티콘을 보고 심사를 할 것이다. 이모티콘 심사하는 사람의 일거리를 내가 늘려 준 꼴이라서  미안하긴 하지만 대기업 월급쟁이의 노동강도를 걱정할 때가 아니었다. 나야말로 노동강도를 높여서 100개, 1000개를 제안해야 하는 거 아니냐. 카카오는 나를 포기하지 않고 100개든 1000개든 공평하게 심사해주는데 내가 나를 포기했구나. 고작 3개 도전해보고 말이다. 이런 멍청이!


누구도 나를 포기하지 않았다. 누구도 나를 포기하지 않는다. 나만 나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2022년 새해를 맞이하여 목표가 생겼다. 꾸준히 도전해서 카카오 이모티콘 하나는 통과하는 것! 포기하지 않는다면, 언젠간 돼도 되겠지. 같은 의미로 '브런치 공모전'도 마찬가지! 나만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 뭐가 돼도 되지않을까. 남들 눈에 번쩍 띄는 그런 뭐가 되지 않아도 뭐 어떠냐. 내가 나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게 중요하지 않냔 말이다. 그럼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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