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물주의 생기(生氣)
어둡고 어둔 어느 골목
아무도 다니지 않는 야심한 시각.
나는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전에는 수 없이 많아 보이던 그 골목이, 그 거리가 이제 내게 의미가 없다.
인생은 돌고 돌아 제자리로 가는 것이라고 누군가는 말했는데
신(神)은 그저 자신의 피조물의 인생을 훈수하지 않고
지켜만 보다 낭떠러지에서 손을 내밀어 잡아 줄 뿐이다.
끝에서 끝으로 향하는 극단의 순간
나는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고함을 지르다 지쳐
두 손을 들고 기브업(Give Up)을 외친다.
생명과 죽음, 그 어느 것도 아닌 중간에
조물주가 불어넣은 생기(生氣)는 곧 나의 호흡.
차라리 꿈이기를 바란 순간도 있건만
아, 현실은 환상도 이상도 아닌 지금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