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강과 숲과 나무들이 흐르고 있는 곳에서 보내는 편지
당신이 떠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당혹스러움과 말로 표현 못할 기쁨을 느꼈습니다.
전날 비트베르크 씨가 말해주더군요. 복잡한 도심과 사람으로 가득찬 이곳보다는 그곳이 더욱 당신에게 살기가 좋을 거라고요. 그곳에는 꽃과 나무들, 그리고 반딧불이와 새소리가 끊이지 않는다고요. 아 만약 내가 그곳에 갈 수 있다면, 나는 나무와 더불어 산책을 하고 새와 더불어 노래를 부르겠어요. 또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을 배처럼 타고 파아란 하늘을 마음껏 누릴 수 있을 테지요. 당신은 그곳이 천국인 줄 아실거에요. 만약 그 곳에 내가 꿈꾸는 나의 단짝 친구가 있다면 더욱 좋을 테지요. 마치 앤 셜리와 다이애나 배리 같은 친구 말이에요. 꼭 단짝 친구가 아니어도 상상의 친구여도 괜찮아요. 제제와 밍기뉴처럼, 상상 속에서 서로 말을 터놓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누군가가 나타났으면 좋겠어요. 그런 친구만 있다면 정말 행복할텐데! 언젠가 하나님께서 제 소원을 들어주시리라 믿어요. 단지 제가 너무 나이가 든 다음 들어주신다면 헤아릴 수 없는 슬픔을 숨길 수 없을 거에요. 슬플 때에는 슬픔을, 기쁠 때에는 환희의 노래를 부르면서 살아가고 싶어요. 누군가가 곁에 있다 없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우리는 많은 슬픔을 느끼지요. 그래서 사람들은 결혼식장에서는 기뻐하고 축하해 주지만, 장례식장에서는 단 한마디의 말도 진심으로, 슬픔을 공감하며 조심스레 대하지요. 저는 그래서 결혼식을 비유하자면 정신 없이 시간을 느낄 수 없는, ‘깜작 놀랄 새도 눈치채지 못할 시간이 없는 바람과 바람 사이에 존재하는 잔치‘라고 생각해요.
반면에 장례식은 눈물과 애곡이 마를 새 없지만 그 순간중에도 누군가를 맞이하고 두런두런 이야기꽃을 피우는 ‘보이지 않는 세상의 가장 아름다움’ 이라고 믿어요. 우리의 인생 가운데 모든 것은 헛되지만, 그 헛된 순간들도 하나하나 모두 소중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기억의 파편’이 되니까요. 이 사실을 어떻게 알았냐고요? 주일날 목사님이 전도서를 설교해주실 때 새롭게 깨달았어요. 그래서 저는 너무나 멋진 비유라고 생각해서 노트에 적어놓았죠. 언젠가 저도 작가가 되면 이런 표현을 쓰고 싶어요. 보통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하지만 저는 상상하면서 사색하고 새와 음악과 나무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행복할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나중에 꼭 오스트리아 빈에 가는 것이 또 하나의 꿈이랍니다. 누구와 어떤 목적으로 갈지는 모르지만 매일 시간날 때 하나님께 기도드리고 있거든요. 또 조세핀 아주머니는 제게 늘 배우자 기도를 하라고 말씀하시지만 저는 이 기도가 언제 응답이 될지는 잘 모르겠어요. 아 그렇다고 해서 기도를 안 하는 것은 아니에요. 늘 아침과 저녁에 한 번씩 기도를 드리고 있거든요.
ps.아직 할 말이 많은데 다 쓰면 더 길어질 것 같아 이만 줄일게요.
언젠가 프랑크푸르트 인근에 오시면 연락 주세요!
새싹이 돋아나고 햇빛이 비치는 어느 아름다운 곳에서
리처드 쿠퍼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