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전무구한 청소년의 눈에 비친 현대사회와 인간
사실 난 영화 보는 걸 좋아해. 특히 이미 본 적 있는 영화를 다시 보는 걸 가장 좋아하고. 처음에는 발견할 수 없던 것이 두 번째, 세 번째에 보일 때만큼 짜릿한 순간이 없어. … 멋지지 않아? 이해할 수 없던 것을 우연히 이해하게 되는 것. 몇 번이나 같은 경험을 하면서도 번번히 다르게 느낄 수 있는 것.… 왜 현실 속 사람들은 어렵고 복잡하기만 할까?
김지현, 『오늘의 기분은 사과』, (파주: 다산북스, 2025), 51~52.
화창하고 어두운 먹구름 한 점 없는 어느 맑은 날, 여러분의 기분은 어떠신가요? 인류의 과학기술은 분명 이전보다 더욱 발전했고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든 사람들은 스마트폰 하나로 자신이 원하는 것이 있다면 그게 무엇이든 터치 하나로 해결할 수 있는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일명 ‘묻지마’로 통하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사고와 사건들 또한 우리의 삶에 자주 출몰하게 되면서 우리의 일상 또한 불안과 경악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양면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마치 동전의 뒷면과 앞면에 그려진 그림이 다른 것처럼 인간 또한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죠. 둥글고 맑은 심성을 가진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온 마음이 시커먼 뿌연 연기로 가득차 있는 듯이 세상을 모가 난 사각형을 보듯 비뚤게만 보는 사람들도 존재합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 양자의 심성을 가진 사람 중 하나는 분명 잘못되었다’라는 흑백논리가 아니라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타인과 제3자를 바라보는 관점 또한 다를 것이며 이는 자연스럽게 빛이 렌즈를 통과하듯 자신으로 이어지는 투영화(投影化)로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오늘 제가 소개할 책은 김지현 작가님의 『오늘의 기분은 사과』라는 청소년 소설입니다. 작가님은 주인공 ‘김이경’을 통해 순전무구한 청소년이 바라보는 사회의 한 단면과 타인을 날카롭게 고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특징은 평소보다 일찍 일어난 이경의 일상을 통해 드러납니다. 이경은 아침뉴스를 통해 헬멧 쓴 남자, 묻지마 폭행, 피의자 등의 단어를 너무나 자연스럽게 접하게 됩니다.1) 이 도입부는 훗날 이경의 가까운 친구가 되는 ‘전솔’의 일상의 한 단면을 암시하는 오버랩(Overlap)이었고, 누군가가 저지른 범죄로 ‘전솔’은 친동생을 잃게 되는 비극을 당하게 되죠. 이 사실을 알기 전까지 주인공 ‘이경’의 눈에 비친 ‘전솔’은 그저 ‘학교에서 인간관계에 별 문제가 없는, 당당한 친구’이자, 자신에게는 발견할 수 없는 ‘자신감과 여유로 똘똘뭉친 부러움의 대상’이였던 것입니다.2) 그러나 이 세상을 살아가는 대부분의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남들에게 미처 말하지 못한 자신만의 보이지 않는 아픔과 고통으로 얼룩져 있습니다. 이 점은 이경이 접한 아침뉴스에서 전한 비보와 음주운전, 버스사고 라는 전솔과의 첫 만남 이후 이경이 검색한 지역 포털사이트의 뉴스를 통해 작가는 날카로우면서도 치밀하게 그려냅니다.3)
김지현 작가는 의기소침하고 친구에게 조차 무시받는 흔한 ‘착한 아이 콤플렉스’를 달고 사는 ‘이경’이 우연히 초등학교 동창 ‘전솔’을 만나면서 이전까지 생각해 보지 못했던 타인의 고통을 통해 자신조차 인식하지 못했던 자신의 장애물을 극복하고 이를 계기로 ‘이경’은 이전까지 자신을 옭아맨 환경을 새롭게 대하게 되면서 이경의 새로운 내일을 응원하는 것으로 본 책을 마무리 합니다. 요즘 내가 살아가는 사회가 두렵고 누군가를 대하는 스스로의 모습이 마음에 안 드시는 모든 분들에게 김지현 작가님의 『오늘의 기분은 사과』를 자신있게 권하고 싶습니다. 특히 남모르는 고민과 어려움 때문에 힘겹게 자신과 안 보이는 싸움을 하고 있는 청소년들이 본 책을 계기로 더욱 단단해지고 성숙해지길 바라며 필자가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게 읽은 구절을 끝으로 본 서평을 마치고자 합니다.
저렇게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남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의 마음은 어떻게 생겨 먹었을까. …내가 표절을 의심하던 마음과 자기 말을 녹음하는지 의심하던 유림의 마음은 얼마나 같고 또 다를까. 세상과 사람이 나에게 그렇게 호의적이지 않다는. 언제라도 돌변해선 나를 공격할 수 있을 거라는, 그런 비뚤어진 믿음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은 아닐 거다. 그 의심에 이르기까지의 마음이 얼마나 지옥 같았을지, 알 수 있었다.
김지현, 『오늘의 기분은 사과』, (파주: 다산북스, 2025), 198~199.
각주
1) 김지현, 『오늘의 기분은 사과』, (파주: 다산북스, 2025), 9~10.
2) 위의 책, 40.
3) 위의 책,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