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어부

Schubert : Der Fischer D. 225

by 녹색나무

모두가 잠든

어느 고요한 어둠 속에서

한 남자가 조심스레 일어나

작은 배로 향한다


두 손에

그물과 물통을 든 채로

바다로 향한다


아무도 없는

적막함 속에서

물이 솟구쳐 올라

어부를 두 손으로 감싼다


물 위로 올라온 요정은

어부에게 노래하고

어부에게 말을 건다


왜 당신은 우리를 유혹하나요

인간은 지혜롭지만

한편으로는 간교하죠


당신이 가진 온기는

우리에게

치명적인 독이랍니다.


깊은 곳에 있는 물고기들이

당신의 목적을 모르는 채

당신에게 몰려들기 때문이죠


당신은 뛰어내려야만 해요

다른 방법은 없어요


태양과 달을 멀리하고

바다 속에서

우리와 함께 사는 것이 어때요?


파도가 두 손으로 손짓하면

당신 또한 두 배로

행복해지게 될 거에요


하늘 깊은 곳에서만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이곳.


푸르스름하면서도

에메랄드 빛으로 물든 바다로

당신이 오지 않는다면


당신의 얼굴은

이슬방울처럼

영영 사라지고 말 거에요


아무도 없는

적막함 속에서

물이 솟구쳐 올라

어부를 두 손으로 감싼다


파도는

어부의 맨발을 간지럽혔고

달빛은

어부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았다


어부의 마음은

그리움으로 파랗게 물들어

그를 애처롭게 만들어 버렸다


물 위로 올라온 요정은

어부에게 말을 걸고

어부에게 노래한다


그 때부터 어부는

모든 것을 잃었다

요정의 입술 하나 때문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

마음을 빼앗기고

사랑을 착취당했다


결국 그는

그물과 물통을 버려둔 채

다시는 그것들을

볼 수 없는 곳으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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