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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eenut Feb 14. 2017

내일로

스물다섯에 혼자 떠난 기차 여행

어떤 날의 햇볕이 참 좋은 한낮이 지나고 난 오후,

완전히 어두워지진 않았지만 하루를 시작한 지 꽤 오래되어 노곤함이 조금 밀려오는 그런 시각.

뜬금없이 혼자 가방을 챙겨 들고 떠났던 나는 어느 날의 그 시간 즈음에 조금은 지루한 듯 기차 안에서 말없이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기차는 꽤 긴 시간을 달렸고, 나는 찌뿌둥해져 오는 몸을 이리저리 비틀다 노곤함을 느꼈다.

노곤함에 졸음이 점점 차오르는 눈에는 먼 산, 따뜻한 색으로 물드는 하늘,

길가에 서 있는 나무, 강의 지류와 철새가 어렴풋이 들어왔다.


눈을 천천히 끔뻑거리며 밖을 보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볕이 따뜻하고 부드러워 고운 잠에 들었었다.

그렇게 잠시 단잠을 자다 생각했던 목적지에 도착해 내렸을 때,

잠이 마저 다 깨지 않은 채로 낯선 장소를 본 느낌은 조용하면서도 대단히 강렬했다.


여행의 노곤함과 낯선 장소에 대한 불안함,

이만큼이나 왔다는 뿌듯함,

'아, 이제 도착했구나.'하는 안도감.


그리고 어스름하게 넘어가고 있는 햇볕의 따뜻함과 길어진 그림자.


기차역에 걸린 시계의 초침이 움직이는 소리가 어쩐지 크게 들리는 듯했다.

그 소리에 덜컥 겁이 나기도 했지만, 설레는 마음은 더 자라났다.


어떤 특정한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그때의 감정,

어느 날 아주 뜬금없이 떠났던 나의 첫 번째 기차 여행은 그런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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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로

2014 / 297 x 420 mm / Digital Painting / Photoshop CS6, Intuos 5

ⓒgreenut(Hye ryeon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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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터 greenut 김혜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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