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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 불빛 Mar 24. 2022

내일을 바꾸는 생각들

<생각을 바꾸는 생각들>, 비카스 샤


1. 생각이라는 밈


생명이 자가 복제를 통하여 유전 정보를 전달하듯이, 생각도 진화한다. 리처드 도킨스가 <이기적 유전자>에서 모방을 거쳐 뇌에서 뇌로 전달되는 생각의 사회적 단위를 밈meme이라고 규정한 이후, 다양한 사회 현상과 문화 역시 다윈주의와 같은 변이, 유전, 적응(차별적 성공)의 과정으로 설명하는 밈학이 생겨났다. '우리 시대의 대표 지성 134인과의 지적 대화'라는 타이틀을 붙인 <생각을 바꾸는 생각>은 이러한 '인류 생각 진화 프로젝트'의 가장 생생한 최전선을 다루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2. 훌륭하나 비슷한 생각들


다수의 명사들의 다양한 생각이 모인 인터뷰라는 구성은 이 책의 장점이자 단점을 여실히 드러낸다. 정체성, 문화, 리더십, 기업가 정신과 같은 추상적인 관념들의 진화 과정(변이)을 구체적인 육성으로 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은 이 책의 가장 탁월한 성취이다. 하지만, 주로 서구 지성인들을 중심으로 한 생각의 변이들은 지구 반대편 한국의 독자들의 생각을 아주 새롭게 바꿀만한 통찰까지 주기에는 역부족이다. 극단적인 꼬리에 속한 몇몇 지역이나 집단을 제외하면, 현재 세계의 문명국가에 살아가는 인류의 생각은 적어도 민주주의, 차별, 국제 평화와 같은 총론적인 주제에 있어서는 거의 비슷하지 않을까. 훌륭한, 그리고 그럴싸한 생각은 초연결 사회에서 바이러스보다 더 빠르게 복제되고 전파되고 있으니 말이다.


3. 생각의 메인스트림


책을 통해 살펴본 우리 사회의 주류를 형성하는 생각의 흐름들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은 경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민족, 종교, 국가 등 집단의 영향에서 벗어난 개인의 영향력과 자유의 확산

세상의 문제를 해결해 가며 성장해가는 기업과 ESG 자본주의의 진화

억압, 차별, 분쟁에 대한 반감과 공감의 동심원 확산

탈진실-극단주의-포퓰리즘에서 비롯된 민주주의의 위기


4. 의문점 - '탈중앙화'된 세상이라는 유토피아


이러한 변화와 연관 지어서 가장 크게 관심이 가는 것은 최근 화두가 되는 '탈중앙화'이다. 이 밈은 집권화된 체제에 대항하려는 전통적인 자유주의적 성향에 실리콘밸리의 기술이 결합되어 더 큰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결집을 하고 있다. 개인이 진정한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중앙에 집중된 권력을 분산시켜야 하고, 인터넷 혁명 이후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기술이 이를 구현할 수 있다는 테크노크라시의 민간 버전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인터넷과 스티브 잡스가 만나 일으킨 혁명으로 개인용 디바이스가 등장한 이후, 개인의 자유는 갈수록 확대되고 진정한 민주주의도 실현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최근의 현실, 특히 트럼프의 등장은 그러한 기대를 모두 접어버리게 만들었다. 탈진실과 포퓰리즘으로 민주주의는 위기에 빠지고, 다양한 기술을 기반으로 한 조직의 개인 통제는 오히려 강해졌으며, 수집된 데이터를 자본으로 한 거대한 초국적 기업은 세계 경제를 지배하고 있다. 민족과 종교, 자원을 기반으로 한 극단주의의 준동은 여전히 세상을 분열과 예측하지 못한 위험에 빠뜨린다.


기술을 신봉하는 이들은 웹 3.0, 암호화폐와 NFT, DAO, DeFi와 같은 새로운 기술들이 거대한 정부와 중앙화 된 조직, 자본으로 결집된 기업의 규제와 억압으로부터 개인을 해방시킬 것이라고 유토피아적인 미래를 선언한다. 하지만 중앙은행에 집중된 금융 시스템이나 통화정책이 영향력이 사라진다고 해서 개인들의 자유가 극대화될 수 있는 세상이 열릴까? 디지털 이미지들에 NFT라는 겉옷을 입히면 새로운 가치가 창출될까? 웹 3.0을 주장하면서 결국 이득을 보는 VC들은 누구일까?


5. 오늘의 생각이 만드는 내일의 세상


미래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인간은 실제 세상에 없는 이상을 계속해서 쫓았기에 인간이 될 수 있었다. 지금 우리의 생각들은 과연 우리를 어떤 인간으로 만들어 나갈까. 다양한 생각이 연결되고 진화하는 과정 속에서 현재의 인류가 만들어나갈 미래의 세상에 대해 고민해 보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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