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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하늘 Mar 25. 2022

<디저티드>(2021) 카드리 크뢰우사르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 프레임 너머로 바라보는 사막

[씨네리와인드|이하늘 객원기자] 아지랑이가 이글거리는 사막의 한복판, 뒤엉켜버린 복잡한 관계 속에 놓여진 이들이 있다. 마치 사막의 급격하게 변화하는 낮과 밤의 기온 차처럼 그들 또한 변화한다. 스웨덴 사진기자인 '잉그리드'는 중동에 취재를 하기 위해 도착한다.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숙소에서 납치를 당한 그녀는 어딘지 모르는 사막의 감옥과도 같은 공간에 갇히게 된다. 오로지 작은 구멍 하나를 통해서만 밖을 볼 수 있는 그곳에. 잉그리드의 앞에 납치범들이 존재를 드러낸다. 그녀에게 식사를 제공하면서도 자신들의 목적을 내비치는 그들의 목적은 바로 돈.


그들은 자신의 무너져 내린 국가를 위해 돈이 필요하다며, 지인들을 통한 돈을 요구한다.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 또 다른 개인을 침범하는 그들의 모순된 논리로 하여금 잉그리드는 분노를 느낀다. 잉그리드는 자신의 지인으로 약혼자와 편집장의 이름을 적는다. 하지만 그 누구도 돈을 주지 않고, 납치범들의 난폭함은 심해진다. 하지만 재미있는 점은 감독은 그들을 단순한 납치범으로 설정하지 않고 입체적으로 표현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해야 할 캐릭터는 '알리'다. 갇히고 풀리고를 반복하는 생활 속에 잉그리드는 자신을 감시하는 알리와 둘만 사막에 놓여진다.                     


▲ '디저티드' 스틸컷.  © 부산국제영화제


다른 이들과 다르게 부드럽게 대해주는 알리에게 잉그리드는 경계심을 풀고 친구처럼 지내게 된다. 미묘한 감정선 상에서 두 사람은 사막의 뜨거운 열기처럼 아슬 아슬한 눈빛을 주고 받기에 이른다. 고립된 상황 속 각자의 외로움들을 이해하며 들어준다. 마치 서로를 인터뷰하는 것처럼. 영화의 초반부 잉그리드는 중동의 모습을 취재하지만 그것은 보여지는 표면만을 바라보았을 뿐이다. 이제 그녀는 내부로 깊숙이 들어가 프레임 너머로 사막을 바라본다. 갇혀진 구멍 속 프레임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세계를 마주한다. 금발머리의 이방인이 아닌, 히잡을 쓴 여성이 되는 것이다. 그녀가 취재했던 다른 여성들처럼. 두 사람은 확신하지 못했던 양가적인 감정을 모래가 흘러내리는 사막의 열기 안에서 확인한다.


'스톡홀름 신드롬(인질이 인질범에게 동화 혹은 동조하는 비합리적인 현상을 뜻함)'과 비슷한 결이라고 느껴지기도 하지만, 외로운 서로에게 공감하며 소통한다는 것이 그것과는 완전히 다른 의미를 지닌다. 곧 들켜버리고, 깨져버릴 것 같은 불안한 두 사람의 관계는 다양한 샷들로 표현된다. 드넓은 사막위의 두 사람의 모습은 마치 데이비드 린 감독의 <아라비아의 로렌스>(1962) 속 사막 시퀀스들처럼 웅장하고 아름답다. 대자연의 풍경아래 무기력한 인간의 모습처럼. 영화는 단순히 러브스토리의 플롯을 담고 있지 않다. 고립되고 외로운 인간을 다루면서도 관계 안에서 미숙했던 잉그리드의 모습을 집중한다.                      


▲ '디저티드' 스틸컷.  © 부산국제영화제


이러한 요소들과 더불어 사운드의 철저한 설계 또한 영화의 핵심부를 관통한다. 잉그리드가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에서 지속적으로 들리는 심장박동 소리는 마치 잉그리드의 살고자 하는 욕망과 맞닿아 있다. 삶의 연장을 바라는 마음과 원초적인 사랑의 감정 사이에서 알리를 바라보는 심정은 고통과 이어져있을 것이다. 그러한 섬세한 감정선을 감독은 놓치지 않고 포착한다. 특히 잉그리드와 동생의 관계는 개선되지 않았던 과거의 실타래이다. 이를 다시 돌아봄으로써 과거의 잉그리드 자신이 무엇을 피하고 있었는지를 발견한다. 알리와의 대화를 통해서 자신의 과거와 마주하고 깨닫는다. 하지만 그들의 관계는 시간이 정해진 관계다. 잉그리드와 알리의 관계는 그 사막에만 유지될 수 있는 끝이 정해진 운명이기에, 그 시간들이 황홀하게 표현된다. 공간의 대비와 특수성은 캐릭터들의 감정을 극대화로 끌어올리고, 시각적인 묘사는 캐릭터에 한층 더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를 만든다. Deserted, 제목을 해석하면 사람이 없는, 사람들이 떠나버린 이라는 뜻을 가진 이 영화는 외롭고 고립된 사람들이 서로 포옹해주는. 서로를 전혀 모르던 타인이 자신의 텅 빈 거리를 채워주는 그런 영화다. 그렇기에 사막의 텅 비어있음이 더 아름다운 풍경으로 다가온다.




Director 카드리 크뢰우사르

Cast Frida WESTERDAHL, Ali SULIMAN  



■ 상영기록

2021/10/09 20:00 CGV센텀시티 6관

2021/10/10 13:00 CGV센텀시티 스타리움관

2021/10/14 20:30 CGV센텀시티 스타리움관




*씨네리와인드에서 작성된 기사입니다.


http://www.cine-rewind.com/sub_read.html?uid=5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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