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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하늘 Mar 25. 2022

<인트로덕션>(2021) 홍상수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  갈라진 마음의 틈에 들어선 감정들의 포옹

[씨네리와인드|이하늘 객원기자]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한 홍상수 감독의 작품 「인트로덕션」은 상영 직후 영화에 참여한 신석호, 박미소, 기주봉, 조윤희 배우와 함께 관객과의 대화(GV)를 진행했다. 3개의 챕터로 나눠진 영화는 1. 아버지가 부른 한의원에 간 아들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부자는 서로 어색한 사이다. 나눌 말도 고갈된 지 오래고, 서로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한다. 2. 딸은 독일에 패션디자인을 전공하러 가고 어머니의 지인의 집에 머물게 된다. 어머니의 지인과의 어색한 만남은 프레임을 뚫고 전달된다. 3. 아들은 엄마의 부탁에 동해안 횟집을 방문하게 되고, 그곳에서 배우를 만나게 된다. 이 어색한 만남들은 연결되어 있지만 어딘가 모르게 부자연스럽다. 컷들 간의 호흡 속 캐릭터들은 누군가를 응시하지만, 그것의 존재들은 마치 이방인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만남의 불규칙한 배열은 하나의 간극을 만들고 그 틈은 서로를 안아주지 못할 이유로 남게 된다.                      


▲ 인트로덕션 스틸컷  © 부산국제영화제


각 챕터는 서로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듯하지만, 캐릭터들의 만남으로 인해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그러한 만남은 가족, 친구, 연인 사이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에서 가장 주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키워드는 포옹이다. 1-3개의 모든 챕터에서 주인공인 영호가 대하는 자세는 영화의 흐름을 이끌고 나가는 중요한 요소다. 첫 번째 챕터에서 영호(신석호)는 여자친구 주원(박미소)와 데이트 중에 아버지를 만나러 간 한의원에서 아버지를 대신해서 어린 시절 좋아했던 간호사 누나(예지원)과 재회하게 된다.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면서 영호는 자신의 어린 시절 잘 돌보아 주었다는 감사함에 그녀를 안아준다. 주원은 독일로 유학을 떠나고 그곳에서 화가(김민희)를 만난다. 영호는 주원을 만나기 위해 독일에 도착해있다. 그곳에서의 포옹은 간호사 누나에게 했던 포옹과는 의미가 사뭇 다르다.


마지막 챕터에서 영호는 자신의 어머니(조윤희)의 소개로 배우(기주봉)을 만난다. 배우를 그만두게 된 이유를 말하면서 여배우와의 스킨십을 진심 없이 해야 하는 것에 대한 주제가 나온다. 그저 연기로 대해야 하는 것인가.  진심으로 그것을 대해야 하는 것인가. 영호는 연기로 대할 자신이 없어서 연기를 포기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연인으로서의 포옹만이 존재한다면, 앞서 영호가 했던 포옹은 무엇인가. 누군가와의 만남에서 감정은 한 가지의 결로 통일될 수 없다. 여러 개의 갈래로 나눠진 감정들은 같은 행동을 함에도 다르게 해석이 가능하다. 배우는 영호의 말을 듣고 화를 낸다. 그게 왜 잘못된 것이냐고. 오히려 아름다운 것이 아니냐고.                     


▲ 인트로덕션 스틸컷  © 부산국제영화제


몇해전 한창 ‘프리 허그’라는 말이 유행하면서 길거리의 모르는 사람을 안아주는 행사를 진행해 뉴스에도 보도되었던 적이 있다. 그 개념이 시작되게 된 배경에는 누군가를 안아주는 행위가 연인과의 사랑으로서의 감정 뿐만이 아니라 인류애적인 의미의 포옹을 의미하며, 지친 사람들을 안아 드립니다라는 각박한 현실을 안아준다는 의미에서 시작되었다. 때문에 사람과 사람과의 연결은 인류애적인 포옹이며, 그러한 만남들은 우연으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관객과의 대화를 통해 배우들도 이번 영화제에서 처음 만남을 가지게 되었다고 말을 전했다. 어쩌면 홍상수 감독이 전하고자 했던 것은 새로운 공간과 새로운 인물들이 각자 다른 사연을 가지고 있더라도 소개해주고 안아주기를 바랐던 것이 아닐까. 지금의 메마른 마음들의 틈에 약간의 애정을 담아.



Director 홍상수

Cast 신석호, 박미소, 김영호


■ 상영기록

2021/10/08 20:00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3관

2021/10/09 16:30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3관



*씨네리와인드에서 작성된 기사입니다.

http://www.cine-rewind.com/sub_read.html?uid=5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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