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현대인들에게 권하는 '나무-되기'의 미덕

<내 속에는 나무가 자란다>

by 김민서



영화나 드라마에서 삶에 염증이 난 청춘들은 늘 자연으로 향한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서 혜원, 드라마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의 여름이 그랬다. 현실에서도 대기업, 공무원 등 안정적인 직장을 퇴사하고 귀농에 도전한 이들의 이야기를 심심찮게 접할 수 있다. 그리고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우리는 가끔, 아니 자주 그런 삶을 동경한다. 시간에, 성과에, 인파에 쫓기고 밀려 부품처럼 소모되었던 나날들에 병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자연 속에서 시간은 느리게 흘러간다. 시간의 부피는 동일하지만 시간에 대한 관점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인도 시인 수마나 로이의 신간 <내 속에는 나무가 자란다(How I Become A Tree)>에 따르면 이는 ‘나무의 속도‘다. 가만히 우뚝 솟아 생장과 생명 유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활동만 영위하는 나무처럼 ‘나’라는 존재 자체에 집중하기로 한다. 그 순간만큼은 과거에 대한 후회도, 미래에 대한 걱정도 과감히 내려놓는다. 그저 “현재”, “순간”, “지금”에 집중하며 나무처럼 호흡한다. 그것이 저자가 제시하는 ‘나무-되기’의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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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나무-되기’가 언제나 건설적인 해답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극소수를 제외한 대부분의 현대인들은 수십 년에 걸친 노동을 통해 스스로를 부양해야 한다. 때문에 이러한 방식은 무책임하고 나약한 인간의 도피 정도로 낙인찍히기 쉽다. 그러나 시작이 도망이었을지언정 그 과정 역시 폄훼되어서는 안 된다. ‘나무-되기’는 결국 외부가 아닌 나 자신을 돌아보는 과정이며, 이를 통해 우리는 견고하고 깊게 뿌리를 내려갈 수 있다. 그리고 이는 다시 본래의 일상으로 복귀했을 때 스스로를 지탱하는 무형의 힘이 된다.


그 외에도 나무에는 우리의 내실을 다지는 데 유용한 지혜들이 녹아 있다. 인간의 시선에서 노화는 안타깝고 애석하고 무서운 것으로 치부되지만, 나무에는 그러한 개념이 없다. 나무의 나이테, 바래고 변한 색, 벗겨진 껍질과 옹이는 오히려 그것의 가치를 증명하는 척도다. 또 우리는 대부분 저마다의 인생에서 찰나의 인정을 위해 그러니까 비유하자면 꽃을 피우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필자는 나무로 사는 인생 자체에 의미를 둔다. 잠시 만개하고 지는 꽃이 아닌, 오랜 시간을 묵묵히 굳건히 견디고 살아내는 나무 말이다.


사회의 시선, 생존 경쟁에 매몰되어 나다움과는 유리된 현생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나무-되기‘는 관점과 시야의 나이테를 확장시킬 수 있는 훈련이다.


*아트인사이트에 원문을 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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