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못한 기쁨과 뜻밖의 마음

조금은 불편했던 만남

by greeny

어제는 매우 친하다고 생각했던, 매우 좋아해서 한때 뭐든 같이 나누고 싶어하던 친구를 만났다.

그런데, 사실 나는 그 만남은 마냥 편하지만은 않았다.

너무 오랜만이기도 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자주 혹은 먼저 연락하던 친구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지 않은가.

생각이 많은 나는, 내가 먼저 잘 연락하지도 않으면서 타인에게 거는 기대가 클 때가 종종 있다.

나에게도 먼저 연락을 해주면 참 좋을텐데.

내가 그만큼 소중하지 않나

내가 궁금해진 적이 단 한번도 없었을까.

나는 그랬다.


그래서 이런 생각들이 가끔은 드는 친구라 만나기 전까지도 고민했었다.

하필이면 온도가 오르락내리락 스르륵 퍼지는 날이었던 지라, 더더욱 고민을 했었다.

좋지 못한 컨디션에 마냥 편하지만은 않은 친구를 만나는 것이 내 몸을 챙기는 것보다 더 중요할까.

왜 나는 사람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도 못하면서 혼자 후회할까. 왜 스스로를 괴롭히고 불안의 상태로 몰아세울까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래도 결론을 내보자라는 생각이 더 컸던 것 같다.

이왕 결정된 거 만나서 물어보고 만약 나의 불안함과 맞물리는 대답을 듣는다면,

내가 또 잘 못했구나 그래도 보내줘야지라는 생각으로, 마지막 인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약속장소로 향했다.

가면서도 아, 괜히 나왔나. 지금 취소하기엔 너무 늦었겠지.하면서.

그냥 보냈으면 내가 그래도 좋은 친구와 좋은 추억만 기억할 수 있을텐데.라는 불안함으로 점철된 부정적인 생각들로 머릿속을 가득 채운 채로.


사실 만나서 처음에는 어색했다.

어떻게 눈을 마주쳐야 할 지 어떤 이야기를 어느 정도까지 이야기해야할 지.

너무 많은 고민이 있었다. 그래서 직장인이 되면 가장 많이 하는 안부와 직장에 대한 근황부터 물어봤다. 너무 깊은 곳까지는 아니고.


근데, 이야기를 해나가면 해나갈 수록 어? 어? 이래서 내가 이 아이와 오래 친구를 하고 싶었네. 내가 그래서 좋아했었구나. 라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너무나도 편안했다. 이야기의 주제가 어디로 튀어도 불편함이 전혀 없었고, 깊이가 하늘로 올라갔다 깊은 지하로 내려가도 불편함이 없었다.


왜였을까?

연락을 하기까지는 너무 어려웠고, 불편하면서도 이것저것 마음을 재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나의 바리게이트가 쓰윽 하고 전부 다 녹아버렸다.


너무 신기했다.


그리고 그 친구와의 만남이 끝나고 나서야 그 아이가 지닌, 나와 공유했었던 추억들이 잔잔한 물결을 타고 수면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집에 오면서 나의 내면 속 깊은 곳에 자리를 잡았던 아이를 내가 내 상황에 가리워 보질 못했던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내 상황에서 불안한 것들을 이 아이의 탓으로 돌리고 혼자서 괴로워하며 스스로를 더 구석으로 몰았나보다. 그래도 내가 조금이라도 덜 불안하고 힘들어하기 위해서..


그렇게 방패막을 세웠었는데..... 내가 너무 찌질하고 안타까웠다.


가만히 나를 기다려주고 응원하던 친구를 내가 내 손으로 그렇게 만들 정도로 내가 불안했고, 감정을 스스로조차 조절하지 못해서 타인을 탓하고 탓하면서도 스스로를 더 불안에 떨게 만들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안타깝고 찌질하고도 속이 상했다. 마냥 속이 상해서 그 아이가 응원하던 말이 잔상처럼 남는 하루였다. 그리고 당분간은 그 아이를 생각하며 미안해하고 응원하는 마음으로 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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