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랑 단둘이 여행가기

풍경도 어쩔 수 없나봐

by greeny

2024년 3월 10일 일요일 일기


어제가 운수좋은 날이었을까.


오늘은 오전에 잘 다니다가 비가 왕창 쏟아지더니 배가 고프고 삼일 내내 이천보씩 걷는 것이 너무 벅찬 일정이었기 때문일까.




결국 제대로 화가 났다. 물론 내가…. 엄마가 무엇을 먼저, 어떻게 하고 싶어하는지 모르겠어서 되물어봤는데, 내 말투도 당황하고 어이없어 하는 억양이 드러나서일까.


자꾸 캐묻지 말라는 말이 기분이 너무 상해버렸다. 나는 엄마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해서, 최대한 같이 기분 좋게 일정을 변경하고 싶어서 물어봤던 건데, 나의 의도를 알아주지 못해서일까. 나의 3일간의 노력이 물거품되는 느낌을 받아서일까. 내내 고통스러웠다. 그러면서도 여행 내내 받았던 작고 컸던 정신적인 스트레스들이 터져버렸나보다. 혼자서 내내 삭이려고 해도 삭여지지가 않더라. 같은 장소에서 따로 한시간을 다녀도 나아지지가 않았다. 그러면서도 계속 같이 다니고 싶지 않았고, 그럼에도 말도 못하고 나에게 의존만 하는 엄마에게 미안했다. 양가감정이 공존했지만,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도 꺾여서 이럴 수가 있나 싶었다.



그 와중에 보고 있는 풍경은 그림같았다. 너무 예쁘고 보면서 기분도 나아질 법 했다. 그런데 다시끔 엄마 얼굴을 보면 그게 되지 않았다. 다시 원상복귀가 되는 것만 같았다.



풍경도 나의 감정을 달래주지 못할 정도로 내가 그렇게 서러웠을 일인가 다시 생각해보지만, 생각을 다시 해보아도 감정이 내려가지 않아서인가, 그냥 마냥 힘들고 위로받고 싶었던 것 같다.






핸드폰으로 무언가를 보기를 어려워하는 엄마, 그리고 알려주면 너가 해주면 되지 뭐 이런 걸 알려주냐는 엄마, 나는 그냥 따라갈께라고 말해도 결국은 본인이 원하는대로 하고자 하는 성향이 강한 엄마


엄마도 내내 양보하고 살아와서일까. 우리가 크면서 엄마가 덜 힘드라고 배려하기 시작한 지점부터서인가.

시간이 점차 지나면서 익숙해진 이유일까. 받는 걸 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당연시 여기기 시작했다.


처음엔 좋았다. 엄마가 너무 많은 걸 주셨고, 그리고 여전히 베풀고 계신데 자그마한 거 하나 제대로 드리지 못하는 마음에 그걸 받아주기 시작한 엄마한테 고마웠고, 엄마가 드디어 조금은 편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나의 생각에 뿌뜻했던 것 같다.


그런데, 어느 시점에선가부터 엄마는 그걸 당연하게 여겼다. 자식이니까 해줘야지. 니가 해. 이것 좀. 이것도. 저것도 해줄래. 대다수의 것들은 그러러니했다. 그리고 나도 하면서 이상함을 느끼지 못했다. 자식이 마땅히 해야 할 도리라 생각했고, 나랑은 달리 빨리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엄마가 나에게 사회생활을 가르쳐주었듯 같이 알려주고 도와준다는 의미가 있었으니까.




그러나 돈과 관련된 이야기들, 그리고 나의 감정은 뒷전이 되어버린 이야기들을 들을 땐 나도 참지 못했다.


사실 엄마는 그런 과정을 몇십년을 해왔는데, 나는 고작 그 10년도 채 되지 않는 기간도 참지 못한다는 사실에 나는 또 서러웠다. 그렇게 해보자고 마음을 다잡고 다짐해도 쉽게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그냥 나는 참을성이 없고, 또 나만 중요한가라는 자책에 시달리기도 했다. 어려웠다. 내 감정도. 그리고 엄마의 감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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