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무비'를 보다가
Netflix 드라마 '멜로 무비'를 정주행했다.
글에 자칫 스포가 될 수(?)있는 이야기가 나오니
원치 않으신다면 넘어가주시라....
드라마 주인공인 최우식이 극중 엄청 힘든 시간을 겪게 된다. 어릴 때부터 사연이 많았으나, 부모와 다름없는 형이 거의 죽음을 준비해야 할 정도의 사고가 났고,
겨우 고비를 넘겼지만 일상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하기까지 아주 오랜 시간 ㅡ5년이라 표현했다ㅡ 치료와 재활을 해야만 했다. 주인공은 자신의 모든 일상을 내려놓고 그 옆에 있어주면서 돌봐야 했고 동시에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했다.
그런 시간들의 장면이 지나가면서 나래이션이 흘러나온다.
"영화에서 보면, 보통 이런 시간들은 짧은 컷으로 재빠르게 지나가는 몽타주에 불과하니까 ... 이것 또한 그렇게 지나가더라고요. 꽤 많은 시간이긴 하지만 ....
5년. 5년이었다!
그의 하루하루의 순간들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누군가를 병간호하고, 움직이지 못했으니 모든 수발을 들어야했을 것이며, 재활하고 회복하는 모든 과정을 지켜봐야 하고, 병원을 데리고 다녀야 하며,
하루하루 밥을 해 먹여야 하고, 일을 해야 하는 그 모든 시간들은 우리가 감히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로 길 것이다.
극중에서 형은 다행히 회복이 되었으나 정해지지않은, 회복을 장담할 수 없는 그 무기한의 시간들은 엄청 고달프고 괴롭고 피곤하고 지치고 외로운 시간들이었을 수도 있다.
남주는 상당히 가벼운 느낌의 모습으로 나타나지만,
그래서 너무 해맑고 가볍고 장난 같다고 남주의 형에게 남주에 대해 장난 반 진심 반, 일부러 흉을 보는 여주에게 형은 이렇게 말한다.
" 가끔 본인이 가지고있는게 너무 무거워서, 그래서 그게 감당이 안 되니까 대수롭지 않은 척하고 그러잖아요. 차라리 그냥 가벼운 거면 좋겠는데 오히려 그 반대라 내가 걱정이 많아요."
나는 누가 봐도 엄청 밝은 사람이다.
어렸을 때부터 숱하게 들어왔다. 정말 밝아 보인다고, 정말 사랑을 많이 받고 커 보인다고, 엄청 긍정적이고 밝아 보인다고.
그게 나를 향한 많은 사람들의 칭찬이자 평가였다. 아주 좋은 평가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실제의 내 삶은 그렇지 않았다. 사실 엄청 힘들었다. 학교 생활이 엄청 피폐하고 침울했으며, 매우 우울하고 죽고 싶은 순간들을 많이 견뎌야 했다. 사람들에게 말 못할 고통스러운 순간이 많았고 나 혼자 싸매고 있었던 엄청난 고민들이 많았다.
그냥 눈을 뜨지 않았으면, 죽었으면..했던 순간들이 정말 많았다.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하면서 오늘도 다시 눈을 뜬 나 자신이 고통스러웠다.
그랬던 시간들이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나는 늘 웃으면서 지냈다. 나는 내 부모님에게도 늘 즐거운 이야기만 했다. 즐거웠던 일, 좋았던 일, 신났던 일.. 그런 얘기만 했다.
나를 보며 걱정할 부모의 모습을 보고싶지 않았다. 나를 보며 안타까워한다면 더 고통스러울 것 같아서 나의 모든 슬픔을 숨겼다. 우리 엄마 아빠조차도 내가 어떤 삶을 살았을지 전혀 상상을 못할 것이다.
내가 간신히 자아낸 웃음 뒤에, 그 웃음을 지켜내기 위해 내가 감춰야 했던 빙산의 저 밑바닥 같은 아픔과 슬픔과 눈물은 그저 홀로 삭혀야 했다.
그 많은 사건과 일들을 아직 다 공개할 순 없으나,
최근에 내가 그나마 공개할 수 있었던 내 아이의 아픔의 시간들은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아픈 아이를 키우면서 하루하루가 고달팠다. 하루하루가 죽고 싶은 순간들이 많았다. 그냥 그저 사라지고 싶었다. 도망가고 싶었고 어디 멀리 가버리고 싶었다.
정말 견뎌야 했고, 버텨야 했고, 어쩔 수 없이 나를 바라보고 있는 아이들 때문에 그냥 참아야 했던 시간들이었다.
정말 나에게는 일 분 일 초가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때가 많았는데... 그래, 그저 그런 나의 시간들은 누군가에게는 단 몇 장면으로 밖에 소개되고 설명되는 그런 시간들일 뿐이었다.
반복적인 시간들, 반복적인 고통, 반복적인 굴레.
정말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그냥 몇 장면으로 요약될 수밖에 없는, 그렇게 편집될 수밖에 없는 삶의 모습.
사람들이 우리 아이를 지금 보면 너무 건강해 보인다고, 아픈 줄 몰랐다 한다. 우리 가족의 사진을 보면 늘 밝아보이고 좋다고 한다. '와 많이 컸다! 와 이제 건강하네! 완전 멀쩡해 보이는데?'라고 함축적으로 그냥 우리 아이의 시간들을 말하곤 한다. 물론 겉으로 보면 맞다.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이 아이가 이렇게 자라기까지, 이 아이가 이렇게 걸어 다니기까지, 이 아이가 일어서고 앉고 기어다니고,
밥 한 숟가락을 떠먹기까지,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하기까지 숱하게 싸우고 견뎌야 했던, 고통과 눈물의 수술, 입원, 재활의 시간들은 아무도 모른다. 그런 고통의 시간들이 축적되고 쌓여서 지금이 된 것일 테지만 설명하고 자세히 표현할 수 없는 시간들이다.
우리의 모든 삶이 그럴 것이다.
꼭 이런 고통스러운 순간뿐 아니더라도, 매일의 삶이, 순간순간을 버텨내온 그 모든 시간들이 쌓여 '지금'이 된 것일 것이다. 그 과정들 하나하나를 서로서로 아무도 다 알 순 없지만 그저 그런 시간들이 쌓여서 보여지는 오늘의 나를 서로서로 격려하고 칭찬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하지만 그 켜켜이 쌓인 어려움의 시간들을 누가 좀 알아줬으면 하는 때도 있다. 그리고 그 과정 중에 있다면 더더욱.
지금 혹시 그런 고통의 시간들, 고통의 순간들을 버텨내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말해주고 싶다.
"지금의 이 과정들이 얼마나 고되고 힘든지 알고 있다고. 대견하다고, 잘하고 있다고, 잘 버티고 있다"고 격려해주고 싶다. 한 번 꼭 안아주고 싶다.
이런 시간들이 쌓여 언젠가 웃으면서 그냥 몇 장면 흘려보내듯이 말할 수 있는 날이 분명히 올 것이라고. 정말 지나지 않을 거 같은 그 시간들도 지나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