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서구권 중심으로 개봉한 영화 콘클라베(Conclave, 2024)를 봤다. 콘클라베는 '열쇠로 문을 걸어 잠그다'는 뜻으로 교황 서거 후 전 세계에서 바티칸에 모인 추기경들이 감금된 상태로 열리는 교황 선출 투표를 가리킨다. 인류사에서 선출직 선거의 가장 오래된 모습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영화 콘클라베는 제목 그대로, 가장 비밀스럽고 신비스러운 교황 선거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추기경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중 수석 추기경을 맡고 있는 로렌스 추기경(랄프 파인즈)은 인간적인 욕심과 수석 추기경으로서 가지고 있는 막중한 책임감 그리고 가톨릭 고위 성직자로서 지켜야 하는 도덕적 책무에서 갈등한다.
로렌스 추기경은 교황 선거를 막 시작하려던 때, 전 세계의 모든 추기경과 함께 봉헌하는 미사에서 이렇게 말한다.
"제가 두려워하는 죄는 '확신'입니다. 확신은 통합의 강력한 적입니다."
나이를 먹어간다는 건 세월의 흐름 속에 얻어가는 것과 쌓여가는 게 많다는 뜻이다. 여기엔 자신보다 덜 쌓여있고 부족하다고 여기는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것을 나눠주는 행위도 필수적으로 동반된다. 그러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게 세상의 전부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둬야 한다. 또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이 진리나 다름이 없다고 확신하며 굳은 의지로 변하지 않으려는 모습도 지양해야 한다.
가톨릭교회에서는 각자에게 성령의 은사를 다르게 받았다고 가르친다. 하느님이 태초에 사람을 창조했을 때 자신의 영을 숨으로 불어넣어 줬는데 하느님의 영이 각자에게 알맞게 주어졌다고 믿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모습에서 혹은 말에서 자신에게 없는 성령의 은사가 발견될 수 있으니 귀를 기울이고 존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는 스스로 교만에 빠져 어떤 확신을 가지고 다른 사람을 깔아뭉개고 무시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올해 2024년 하반기가 유독 그러했다.
확신은 우리에게 가장 큰 죄다. 사람을 헤어 나오게 할 수 없는 구렁텅이나 마찬가지다.
올해 마지막 날을 보내고 있는 지금, 나는 얼마나 확신의 유혹에서 자유로웠는지 반성해 본다. 또 다가올 한 해에서는 조금 더 자유로워질 수 있는 지혜를 겸비할 수 있는 용기를 갈구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