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사람들
12월의 짧은 홍콩 여행을 계획했다. 연말을 위해 아껴두었던 연차 중 하루를 끌어왔다. 주어진 시간은 단 3일. 홍콩은 3일로 충분하기도 어쩌면 부족하기도 했다.
금요일 아침, 출근하는 인파를 거스르며 캐리어를 끌고 공항으로 향했다. 어제 아침까지만 해도 그 무리 속에서 똑같은 표정으로 걸어오던 내 모습을 상상하니 가슴속에서 작은 희열감이 샘솟았다.
사실 홍콩 자체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았다. 딤섬과 쇼핑 말고는 2박 3일이라는 일정에서 또 무얼 얻을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다. 특히 아침 비행기를 타고 도착하자마자 먹은 딤섬에 실망을 하고, 그 기대는 더 숨을 죽였다.
지친 몸을 다독이며 호텔에 짐을 풀고 나오자 해가 어스름하게 지고 있었다. MTR을 타고 침사추이로 넘어왔다. 밖으로 나오자 생각지도 못한 그림이 펼쳐져있었다.
홍콩의 밤은 수많은 색채로 이루어져 있다. 그것은 비단 간판의 조명뿐만 아니라 그 아래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표정과 삶과 기대와 흥분이다.
참 재미있는 건 색으로 가득 찬 홍콩에서 색을 빼면, 그 나름 괜찮은 것들이 보인다는 것이다.
화려한 화장을 지운 여인의 밤처럼
둘째 날 밤 유명한 야시장을 찾다 길을 잃었다. 헤매던 끝에 막 정리되고 있는 작은 동네 시장에 들어섰다. 그곳은 비에 젖은 땅 위로 간판의 불빛들이 번져 들고, 얼마 남지 않은 몇몇 가게들이 마지막 손님을 받고 있었다. 우습지만 그곳에서 진짜 홍콩을 만난 것 같다.
홍콩을 떠올리면 겹겹이 쌓인 간판의 레이어와 그 아래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삶이 물밀듯 밀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