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여는 문장

by Grey

무너지지 않는 삶이란, 결국 어떤 삶일까.


처음부터 무너지려 했던 건 아니다.

다만,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이다.


삶은 종종 아무 일도 없는 얼굴로 스며든다.

격렬한 변화는 없었다.

세상은 그대로였고, 나 역시 매일을 살아냈다.

그러나 뒤늦게 그 시간을 바라보면,

언제나 작은 균열이 시작된 지점들이 있었다.


이 글은 그 균열의 자취를 따라 걸어간 기록이다.

멜버른에서 시작된 회상은,

한국에서의 미세한 틈을 지나,

마닐라의 어둠 속에서 잠시 멈췄고,

지금은 퀸즐랜드의 햇빛 아래

천천히, 종지부를 찍고 있다.

회복은 극적이지 않았다.

그저, 무너졌던 자리를 가만히 바라보는 일에서 시작되었다.


여기엔 화려한 성공도, 감동적인 결말도 없다.

다만, 무너진 시간 속에서도

자신을 끝내 포기하지 않으려 했던

한 사람의 흔적이 있을 뿐이다.


지금, 어딘가에서 삶이 흔들리고 있다면

이 조용한 기록이 당신에게

작은 숨과 쉼이 되기를 바란다.


삶이란, 무너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무너진 후에도 다시 살아내려는

의지의 흐름을 따라 묻고, 또 답하는 여정이니까.


진실한 삶은 부서진 자리를 외면하지 않는 데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