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4장:틈

by Grey

마음이 먼저 부서질 줄 알았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몸이 먼저 금을 그었다.


도착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나는 주방에 서 있었다.

모두가 차분했고, 누구도 소리를 높이지 않았다.

날 불편해하는 기색은 없었다.

하지만 그런 평온조차,

어떤 종류의 균열을 가릴 뿐이었다.


문제는 사람이 아니었다.

노동이었다.


오전 열한 시부터 밤 열 시까지.

기름기 묻은 바닥 위에서

열 시간 넘게 발끝으로 버티며 서 있었다.

무거운 팬을 들어 올리고,

닳아 있는 손목으로 그것을 다시 내려놓았다.


땀이 마르기도 전에,

다음 작업이 시작됐다.

지시에 응하고, 눈치를 읽고,

무게를 계산하고, 타이밍을 맞추는 일은

마치 바닥에 깔린 패턴 없는 타일을 밟는 것처럼

끊임없이 긴장을 요했다.


해가 기울면,

척추 어딘가에서 삐걱이는 소리가 나는 듯했고

다음 날 아침,

나는 잠에서 깨어난 게 아니라

해체된 몸의 조각을

다시 하나씩 맞춰 붙이는 기분이었다.


배우는 감각은 사라졌고,

소모되는 느낌만이 남았다.

하루가 지나면 나는 줄어 있었다.


이곳은 안식처가 아니었다.

회복은, 계획에만 존재했다.

그리고 나는 그 계획 속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나를 진짜 지치게 만든 건

일도, 주방도, 기름도 아니었다.


어느 날부터인가,

방의 틈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화장실 거울 옆,

주방 선반 아래였다.

작은 것들이 한두 마리 기어 나왔다.


그러다 어느 밤,

불이 꺼진 공간에서

무언가가 벽을 타고 천장으로 향했다.


그중 하나는 공중으로 솟구쳤다.


나는 움직일 수 없었다.

누워 있는 몸으로, 그 궤적을 따라가기만 했다.

몸은 이미 망가졌는데,

이제 쉼조차 빼앗기고 있었다.


누워야 하는 자리,

잠시나마 숨을 고르는 시간.

그 모든 순간이

그들에겐 침범 가능한 공간이었다.




하루는,

쉐어하우스의 또 다른 사람과 함께

냉장고를 들어냈다.


그 뒤에는

마디진 생물들이 도시처럼 얽혀 있었다.


약을 뿌리자

무더기로 쏟아졌다.

파편처럼 튀어나온 것들 속에서

나는 잠시,

무언가를 명확히 인식했다.


이건 회복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보다는,

아슬아슬한 생존에 가까웠다.


그날 이후,

나는 천천히,

무너짐의 경계를 인식하게 되었다.




아침이면

부은 눈으로 몸을 일으켰다.

어깨와 무릎은 서로를 배제한 채 버텼고,

발끝은 하루의 무게를 예감하고 있었다.


출근은 의지라기보다

버릇에 가까웠고,

돌아오면

나는 벽을 경계했다.


틈을 살폈다.

움직임이 없는 벽을 바라보다,

언제부턴가

눈을 감게 되었다.


낮에는 기계처럼 일했고

밤에는 침묵 속의 침입자들을 두려워했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

나는 영어 단어를 외우고 있었다.


누군가에겐 사소한 하루.

하지만 나에겐

겨우 살아낸 하루.




입술은 닫혀 있었다.

말이 나오지 않았다기보다는,

굳이 꺼낼 만한 말이 없었다.


무언가가 생각처럼 떠오른 것도 아니었다.

다만, 몸 깊은 곳에서 하나의 문장이 천천히 올라왔다.

이름도 맥락도 없이.


무너질 자리는 더 이상 없다.

그 사실이 전부였다.


그날의 나는

그 문장 하나에 붙들린 채

하루를 넘겼다.




나는 그렇게,

불완전하고

지저분하고

균열투성이인 일상 한복판에서


여전히,

회복이라는 이름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부서진 이상 너머에도

선택은 아직 남아 있으리라 믿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