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명한 대비를 통한 한 여인의 삶 <따뜻한 차 한 잔과 뮤지컬>
역사는 권력자에 의해 달라지는 '힘'의 이야기이자 언제든 재창조될 수 있는 '의식'의 이야기이다. 역사를 '선택된 이야기' 즉 Fiction의 관점에서 볼 때, 프랑스 최후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는 오랫동안 권력에 의해 '선택되어' 오해와 미움을 받아온 가엾은 정치적 희생양일지도 모른다.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는 작가 엔도 슈사쿠의 마리에 대한 깊은 연민과 애정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 뮤지컬은 엔도 슈사쿠의 소설 '왕비 마리앙투아네트'의 원작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소설의 뮤지컬화로 인해 역사적 인물 몇 몇 등이 지나치게 낭만적이거나, 압축적으로 그려진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뮤지컬 전체 서사의 웅장함과 아름다움은 권력의 흥망을 떠나 진정한 마리 앙투아네트의 이야기로 다가오며 관객에게 더할 수 없는 기쁨과 즐거움을 준다.
Marie Antoinette d'Autriche, 1755-1793
오스트리아 여왕 마리 테레지아의 공주 마리 앙투아네트는 19살에 왕비가 되어, 37살에 콩코드 광장 단두대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그 파란만장했던 인생을 화려한 극과 노래, 그리고 춤을 통해 압축적으로 보여준 이번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는 관객들의 기립 박수를 받으며 성공적인 흥행을 이끌고 있다.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의 포스터에는 M.A.라는 글자가 크게 적혀있으며, 이것은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 뿐만 아니라, 거리의 여인 마그리드 아르노를 지칭하는 것이기도 하다. 두 여인 모두 같은 나이, 그리고 비슷한 외양을 지녔다. 그러나 마리 앙투아네트가 베르사유 궁전에서 연회를 즐길 때, 마그리드 아르노는 굶주림에 지쳐있다.
마그리드 아르노는 극작가 미하엘 쿤체가 만들어낸 가상인물로서, 그로 인해 비현실적인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거리의 여인인 마그리드 아르노가, 베르사유 궁전에서 열리는 연회에 몰래 들어와 갑작스럽게 마리 앙투아네트에게 샴페인을 뿌리는 장면 또는 자크 에베르와 오를레앙 공작 사이의 계약서를 주머니에 넣고 간직하고 있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꺼내드는 행위는 그야말로 극적 장치로서의 캐릭터 역할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극 1부의 처음은 페르젠 백작의 마리 앙투아네트라는 곡으로 시작하며, 극 2부의 모든 출연자가 등장하는 '우리가 꿈꾸는 정의는 무엇인가'를 제외하고 마지막 순간 또 한번 연출되어 수미상관의 구조를 이루고 있다. 40여곡의 화려한 노래 뿐 아니라, 겹겹히 쌓인 아름다운 로코코 양식의 의상은 관객들의 눈을 사로 잡았으며, 160분 동안 마리 앙투아네트의 극변하는 일상을 의상을 통해 눈으로 볼 수 있다. 또한 그녀의 머리 색깔의 변화도 흥미롭다. '마리 앙투아네트 증후군'이라 불리는 이 현상은 사형 전 날 극심한 불안으로 인해 갑자기 머리카락이 모두 하얗게 새어버린 마리 앙투아네트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극 중 마리 앙투아네트의 머리 색깔의 급작스런 변화는 그녀의 심경을 가장 시각적으로 표출한 장치라 볼 수 있다.
물론 루이 16세의 심약한 성정과 페르젠 백작의 낭만적인 면모를 지나치게 강조하여 역사적 인물에 대한 다각적인 접근이 이뤄지지 않은 느낌도 있으며, '다이아몬드 목걸이 사건'에 마그리드 아르노가 참여함으로 인해 개연성이 떨어지는 느낌도 준다. 또한 후에 밝혀지는 마리 앙투아네트와 마그리드 아르노의 출생의 비밀이라는 극적 장치가 과연 역사적 인물에 대한 가치를 지킬 수 있을 것인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실제 역사를 비교해보면서 뮤지컬을 보면 더욱 흥미롭다. 민영기 배우가 훌륭히 소화한 배역인 오를레앙 공작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왕의 자리에 오르고 싶은 열망 때문에, 왕비 마리를 비방하고 모욕하는 거짓 신문을 발행하고 '오스트리아의 암캐'라는 노래를 거리에 울려퍼지게 만든다. '양심 따윈 버려 그건 패배자의 것 난 승리를 원하지' 라 노래했던 오를레앙 공작은 극 마지막에 마그리드 아르노에 의해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그러나 실제 역사에선 그의 아들 필립이 프랑스 왕위에 오른다. 물론 마리 앙투아네트의 처형 이후 몇 십 년이 지난 일이긴 하지만, 여전히 뮤지컬을 감상할 때 알고 있으면 흥미로운 역사적 사실이다.
뮤지컬 <마리앙투아네트>의 끊임없이 이어지는 화려한 의상과 음악은 사람들의 시선을 완벽하게 사로잡는다. 또한 극의 후반부로 갈수록 마리 앙투아네트 역의 폭발적인 모성애 연기와 함께 극의 시너지가 급격히 상승한다. 한국적 정서 장치를 지나치게 가미하여 프랑스 혁명의 진가가 손상되었다는 평도 있지만, 캐릭터에 완벽하게 동화된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와 극에서 노래를 통해 던져주는 의문들(진정한 정의란 무엇인가)은 극이 끝난 후에도 진한 감동과 여운을 남겨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