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로 얼룩진 카타르시스, 사랑의 조건성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뮤지컬 '헤드윅'은 1인극 형식으로, 헤드윅의 독백과 그의 노래가 거의 대부분이다. 또한 공간 전환 자체도 일반적인 뮤지컬에 비해 크지 않다. 주인공 헤드윅은 자신을 버리고 성공한 록스타인 토미의 공연장 옆 리버뷰 호텔에서 자신의 밴드 앵그리 인치와 함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따라서 일반적인 뮤지컬에 비해 공간에 의한 장면전환이 적은 편이다. 또한 오로지 주인공 헤드윅과 이츠학의 입을 통해 주변 인물의 감정과 과거 상황 묘사를 전달하며, 그에 따라 앙상블의 비중도 적다.
뮤지컬 '헤드윅'은 성전환 수술을 받았지만, 의사의 실수로 인해 1인치의 살덩이를 남기고 회복되어버린 ‘불완전한’ 트렌스젠더 롸커 '헤드윅'의 이야기이다. 사랑에 냉담한 어머니와 그에게 성추행을 일삼던 아버지 밑에서 태어난 한셀. 소심했던 그에게 유일한 기쁨은 미군방송을 통해 듣는 록 음악이었다. 대학에서 쫓겨나고 방황하는 한셀에게 우연히 미군 루터가 나타나 성전환수술을 조건으로, 결혼을 제안한다. 그렇게 미국으로 가게 된 헤드윅이 겪는 다양하고 불행한 사랑 이야기가 펼쳐진다.
고독과 외로움 속 결핍 때문인지 헤드윅 인생의 주요한 목표는 '운명의 반쪽'을 찾는 것이다. 헤드윅이 들려주는 ‘The Origin of Love’ 노래는 플라톤 <향연>에서 나온 개념을 바탕으로 한다. 그리스인들의 설명에 따르면, 태초에 인간의 모습은 두 사람이 등을 붙인 네 개의 팔 다리와 두 얼굴을 가진 모습으로 그 자체로 완벽하여 외로움도 어려움도 느끼지 못했다. 이 완전함은 제우스와 포세이돈을 비롯한 신들의 두려움과 분노를 사고, 완전했던 인간은 갈라지게 된다. 그 이후 태어날 때부터 결핍된 인간들은 본능적으로 태고의 완벽과 온전함을 찾아가려고 한다. 이 ‘온전함’에 대한 욕망이 바로 사랑. 에로스인 것이다. ‘에로스’는 사람들 속에 뿌리 박혀 있어서 사람을 옛 본연의 모습으로 결합하는 신이다. 따라서 인간의 마음 속엔 늘 ‘에로스’가 존재하며 두개의 반신을 한 몸으로 만들어 본래의 모습으로 고치려 한다.
자신을 향한 욕망을 갈구하고 끝없이 타인으로부터 결핍을 채우려 하지만, 그 운명 속에서 계속해서 부정당하고 버림받는 헤드윅. 슈가대디(Sugar Daddy)로 이어지는 탈출의 욕망. 그리고 미국에서 우연히 만난 16살 소년을 진실로 사랑하며 그를 스타로 만들어주지만 1인치의 살덩이 때문에 부정당하고 버림받는 가련한 운명. 그런 굴곡진 운명 속에서도 헤드윅은 도도하고 당당하게 나아간다. 마지막엔 그를 둘러싸고 있던 그 모든 가발과 옷, 속옷까지 벗어던지고 십자가를 이마에 그린 채로.
Hedwig(Wig는 가발이라는 의미이다) 라는 그의 가명에서부터 보이듯, 가발은 그에게 매우 특별한 상징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원했던 '여자로서의' 정체성. 새로운 곳을 향한 욕망. 삶. 꿈.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뒤집어 썼던 가발은, 되려 그를 억압하고 그의 여린 속마음을 화려하게 가렸던 '가면' 장치이기도 했다.
<헤드윅> 뮤지컬 엔딩 하이라이트 노래 'Midnight Radio'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노래 중 하나이다. 이 부분에서 헤드윅은, 그를 버리고 상처주었던 모든 사람들을 용서하고 포용하며 진정한 자기 자신을 향해 걸어간다. 여기에서 필자는 눈물을 쏟았는데, 사랑의 유한성과 조건성, 그리고 'Although'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서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그 도도함과 의지있는 헤드윅의 뒷모습이 가슴 속 깊이 파고 들었기 때문이다.
눈물로 얼룩진 카타르시스. 사랑의 유한성과 그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뮤지컬 <헤드윅>. 화려하게 눈을 사로잡는 공간 트랜지션보다 진정으로 '뮤지컬 극'이 전달하는 의미에 집중하고 싶은 관객이라면 꼭 추천할 만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