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마음은 가끔 조용히 사라졌지만
저작권 침해요?
한 번도 겪어본 적 없습니다.
아직 누가 제 글을 베껴갈 만큼 유명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저작권 침해는 아직 저와는 조금 먼 이야기처럼 느껴지곤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예 생각해보지 않은 건 아닙니다.
언젠가 그런 일이 생긴다면 어떤 기분일까?
가끔 조용히 상상해 보곤 합니다.
저는 아직도 “글을 쓴다”는 말이 조심스럽습니다.
그보다는 “감정의 조각을 정리해 본다”는 말이 더 어울리는 것 같거든요.
무언가를 완성했다기보다는,
무언가를 간신히 붙잡아둔 기분에 가깝습니다.
제 글은 늘 그렇게 만들어졌습니다.
생각을 조용히 쌓고, 문장을 천천히 고르고,
억지로 설득하려 하기보단
그저 있는 그대로를 조심스럽게 옮겨보는 방식으로요.
그런 글일수록,
누군가가 출처 없이 가져가면 더 허전할 것 같습니다.
기껏 정리해 놓은 마음이
제 이름 없이 흘러간다면—
그건 말이 아니라,
‘내 마음의 일기장’이 유실되는 기분일지도 모릅니다.
요즘은 누구나 쉽게 글을 올릴 수 있고,
누구나 쉽게 퍼갈 수 있는 시대입니다.
퍼간다는 건 공감의 표시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출처 하나쯤은 남겨줄 수 있지 않을까요?
그 문장을 만든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단 한 줄로라도 기억해 준다면,
그건 단순한 공유를 넘어서는 태도일 테니까요.
‘좋아서 퍼갔다’는 말.
그 안엔 따뜻함과 무심함이 동시에 담겨 있다고 느낍니다.
저는 단 한 문장을 쓸 때도 많은 감정을 들여다보고,
단어 하나에 오래 머뭅니다.
그래서 누군가 그 문장을 가져간다면,
그 안에 담긴 태도까지 함께 가져가 주었으면 합니다.
저작권은 단순한 법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보다는 서로를 기억하는 방식,
관계를 맺는 예의에 더 가깝다고 믿습니다.
글은 혼자 쓸 수 있지만,
세상에 남겨지는 순간부터는
누군가의 눈을 타고 흐르기 시작합니다.
그 순간부터는 나만의 것이 아니며,
읽는 사람과의 작은 관계가 시작되는 것이기도 하니까요.
누군가의 마음을 빌려 쓰고도
이름 하나 남기지 않는다면—
그건 감동이 아니라 소비일지도 모릅니다.
아직 저작권을 뺏긴 적 없는 사람으로서,
저는 오늘도 조심스럽게 글을 써봅니다.
내가 만든 언어에
내가 먼저 책임지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읽히는 글보다, 기억되는 마음을 쓰는 사람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