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빨리 간다고 느끼는 것에 대하여

“조금씩, 나를 움직이는 중이다”

by Grey Hoo


요즘은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
월요일이었던 날이 어느새 금요일이고,
3월이라고 했는데 벌써 벚꽃이 지고 있다.
도대체 언제 이렇게 시간이 갔나 싶지만,
막상 떠오르는 건 단조로운 평일 루틴뿐이다.
출근하고, 퇴근하고, 집에 오면 눕는다.
그게 전부인 날이 반복된다.

열심히 산 것 같기도 하고,
그냥 흘러간 것 같기도 하다.
애매한 기분이다.
어떤 날은 나름 성실했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어떤 날은 ‘이게 사는 건가?’ 싶다.
시간이 빨리 간다는 말이
어느 순간부터는 그냥 핑계처럼 들리기도 했다.
내가 뭔가를 시도하지 않았던 이유,
또는 시도할 의지가 부족했던 이유처럼.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시간이 빨리 가는 게 싫다.
그 속도에 내가 질질 끌려가는 것 같아서.
나만 제자리에서 헛디디고 있는 것 같아서.

그래서 요즘은
시간이 훅 지나갔다고 느껴질 때마다
잠깐이라도 멈춰서 생각해보려 한다.
내가 오늘 뭐라도 나를 위해 해봤는지,
하루에 하나라도 기억에 남을 만한 장면이 있었는지.
아니면 그냥, 수고했다고
내 자신한테 말이라도 해줬는지.

이젠 조금 다른 일상도 시작했다.
한 달에 한 번씩 봉사도 시작했고

미뤄둔 창작도 하나씩 해보면서

나 자신에 한걸음 더 다가가고 있다.
이 낯섦이 오히려 기대된다.

그리고 요즘 주말엔
동생이랑 한양도성 스탬프 투어도 다닌다.
도장 네 개 중 두 개를 찍었고,
서울 성곽길을 걷다 보면
내가 이 도시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게
조금은 실감 나기도 한다.
도장 하나로 기분이 좋아지는 나를
이젠 꽤 괜찮게 여겨본다.


내가 아직도 새로운 일을

해볼 수 있다는 것,

그 자체가 좋다.


시간이 빨리 간다는 사실은

어쩌면 계속 낯설고,

가끔은 무섭다.

하지만 그래서 더,

그 시간 안에 내가 있었단 걸

조금이라도 증명하고 싶다.

가만히 흘러가는 게 아니라,

어떻게든 흔적을 남기고 싶다.

조금은 능동적으로,

조금은 나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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